사상 첫 4개월 연속 줄던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이달 감소할 지 주목
규제 완화 시 하반기 증가세 커질 전망
올해 들어 4개월째 이어지던 은행권 가계대출 감소세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절벽 상태였던 부동산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는 데다, 시중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경쟁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지난 21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모두 703조4484억 원으로 집계됐다. 3월 말과 비교해 2547억 원 늘어난 금액이다. 4월 말까지 영업일 기준으로 불과 6일 정도 남은 만큼, 이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늘어난 채 마감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3개월 연속 뒷걸음쳤는데, 예상대로라면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셈이다. 은행권 전체로는 작년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이어진 4개월째 감소 행진이 이달 멈출지 주목된다.
이달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주도했다. 주담대는 같은 기간 506조6174억 원에서 507조1182억 원으로 4008억 원 불었다. 주담대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도 131조3349억 원에서 131조5435억 원으로 2086억 원 늘었다. 다만 신용대출은 133조3996억 원에서 133조2242억 원으로 1754억 원 줄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따른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 기대와 함께 부동산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는 모두 1358건(계약일 기준)으로, 작년 3월(3762건)보다는 여전히 적지만 2월(810건)보다는 늘었다. 경기부동산포털 자료에서도 3월 경기도 아파트 매매(5525건)는 2월(3855건)의 1.5배다.
여기에 최근 한두 달 사이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 조정 등을 통해 대출금리를 많게는 0.5%포인트(p) 이상 낮춘 영향도 크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대출금리 인하를 통한 은행들의 대출 수요 확대 전략이 먹혔다는 얘기다.
은행권은 하반기로 갈수록 가계대출 수요는 더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부동산 규제 완화다.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생애 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80%로 높여 청년·신혼부부 등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첫 주택 구매가 아니더라도 LTV 상한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는 내용도 공약에 포함됐다. LTV 외 부동산 관련 다른 규제 완화 가능성도 계속 거론된다.
김재관 KB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2일 KB금융지주 1분기 실적 관련 콘퍼런스콜에서 “LTV가 완화되면 아무래도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1금융권에 우호적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관련 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로 현재 (대출 수요자가) 관망하는 부분이 있는데, 규제 완화가 가시화될 경우 대출 수요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관측대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이어질 경우, 연말까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창용 총재는 인사 청문회와 취임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를 지적하며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가계부채 수준 및 증가세 추이와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절대 규모를 줄이기 위해 고위험 가계대출을 많이 취급하는 금융회사에 추가 자본 적립 등 자본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누적되면 금융비용 부담 증가로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금리 상승기 이런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론 자영업황 악화로 자영업자 가계부채 부실이 증가하고, 장기적으론 인구구조 변화로 가계부채 차주의 상환능력이 악화해 금융회사 건전성 리스크도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누적된 가계부채 수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선진국처럼 구조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익스포저에 대한 보통주자본 추가 적립 등의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