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중국 리스크에 ‘기회의땅’ 미국으로 간다

입력 2022-04-24 15:22 수정 2022-04-2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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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업계가 중국 리스크를 피해 미국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해외 브랜드 규제와 자국 브랜드를 우선시하는 애국주의 등 리스크가 높아지자 치우진 사업 구조를 다각화할 필요성이 높아진 데다 K팝, K컬쳐 등의 인기에 힘입어 전 세계 최대 뷰티 시장인 동시에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북미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반영된 움직임이다.

◇ 미국 사업 힘주는 K뷰티…현지업체 인수ㆍ편집숍 세포라도 입점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최근 미국 크렘샵(The Creme Shop)의 지분 65%를 1억 2000만 달러(한화 약 148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또한번 해외 M&A를 성사시켰다. 2012년 한국계 미국인 테라사와 로렌스 킴이 설립한 크렘샵은 미국 MZ세대들의 K뷰티에 대한 관심을 효과적으로 반영한 브랜드로, 기초ㆍ색조화장품과 뷰티 액세서리 등을 판매한다. 지난해 패션뷰티 매거진 ‘마리 끌레르’로부터 ‘미국에서 사랑받는 베스트 K-뷰티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선정된 업체다.

LG생활건강의 미국 시장 진출은 2019년 미국 화장품 및 퍼스널케어 회사 뉴 에이본(New AVON)을 인수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생건은 뉴 에이본의 포트폴리오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재편성하고 현지 시장에 적합한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이듬해 곧바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유럽 더마화장품 대표 브랜드인 ‘피지오겔’ 아시아와 북미 사업권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LG생건은 사업권을 인수하자마자 아마존 내 피지오겔 브랜드스토어를 오픈하고, 코스트코 온라인몰에 입점하기도 했다. 이어 미국 하이엔드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Artic Fox)를 보유한 보인카(Boinca) 지분을 인수해 헤어케어 시장에도 진출했다.

▲ LG생활건강이 최근 인수한 미국 '크렘샵' 브랜드 (사진제공=LG생활건강)
▲ LG생활건강이 최근 인수한 미국 '크렘샵' 브랜드 (사진제공=LG생활건강)
미국 사업 강화는 올해 LG생활건강의 역점 과제기도 하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명품 뷰티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최대 시장인 동시에 트렌드를 창출하는 북미 시장에서 사업 확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며 “아시아에서 큰 성공을 이룬 ‘후’ 브랜드의 북미시장 진출을 위해 북미 고객들이 선호하는 향과 용기 디자인을 적용한 신규 라인을 강화하고, 지난해 인수한 알틱폭스의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라이벌 아모레퍼시픽 역시 북미 시업에 공들이기는 마찬가지다. 2010년 미국에 첫 진출한 대표 브랜드 ‘설화수’는 2020년 미국 주요 도시 세포라 매장과 세포라닷컴에 입점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해 북미 사업 매출은 989억 원으로 직전년(766억 원)보다 29% 늘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작년 매출 4조8631억 원 가운데 해외 매출은 37%(1조8023억 원)에 달한다. 여기서 미국 매출 비중은 5.5%로 1년 만에 1.1%p(포인트) 늘었다. 4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292억 원의 매출을 북미에서 거둬 1년 전(159억 원)보다 84% 급등했다.

설화수 브랜드는 자음 생라인, 윤조에센스 등 대표 상품 중심으로 미국 내 온라인 판매 채널에서 성장하고 있고, 라네즈 브랜드는 립슬리핑마스크를 필두로 브랜드 인지도 제고 및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이니스프리 브랜드는 아마존에 입점해 디지털 채널 저변 확대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올해 북미 시장에서 멀티 브랜드 스토어, 이커머스 채널과의 협업 한층 강화해 고객 접점 늘리고 브랜드 로열티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뷰티, 중국 ‘궈차오’ 문화 확산·대도시 봉쇄령에 사업 ‘비틀’

K뷰티 업체들의 미국 사업 강화는 중국 사업에 치우친 글로벌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으로도 해석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초 화장품 시장 점유율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우리나라 제품은 한 개도 없다. 이에 비해 중국 현지 브랜드는 4개나 이름을 올렸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따른 규제 심화와 함께 2030세대를 중심으로 궈차오 문화 확산에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중국 성장세가 둔화되면서다. 궈차오는 중국을 뜻하는 ‘궈(國)’와 유행·트렌드를 뜻하는 ‘차오(潮)’의 합성어로 자국 브랜드를 우선시하는 애국주의 소비를 뜻한다.

최근 중국 내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더욱 문제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의 시장 점유율은 2018년 1.8%에서 지난해 0.8%로 미끄러졌고, 라네즈와 마몽드도 2016년 각각 0.9%, 0.3%던 점유율이 지난해 0.6%, 0.1%로 떨어졌다. LG생활건강의 숨도 2019년 0.5%던 점유율이 지난해 0.3%로 내려갔다.

빈자리는 중국 현지 브랜드 몫이 됐다. 프로야는 2017년 1.3%에서 지난해 1.9%까지 점유율이 올랐고, 쿤밍 보타니의 위노나(웨이눠나)는 2016년 0.4%이던 점유율을 지난해 1.8%까지 끌어올렸다. 광저우 당케의 HFP(Home Facial Pro)도 2016년 0.2%에 불과하던 시장 점유율이 2019년 1.1%로 치솟았다.

▲'설화수' 중국 매장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중국 매장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사업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헤라가 2014년 중국 시장에 6억 달러 상당을 수출하는 등 현지에서 인기를 끌자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7월 중국 베이징 내 최고 럭셔리 백화점인 SKP 입점을 시작으로 사업을 강화했다. 하지만 사업 부진으로 결국 지난해 헤라의 중국 현지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하고,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서도 온라인 판매를 모두 중단했다. 이니스프리도 올 1월 중국 본토 매장의 80%를 폐쇄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4분기 중국 매출이 10% 하락하면서 아시아 전체 매출은 6% 가량 미끄러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온라인과 디지털화로 중국 오프라인 매장 수를 줄이고 있다”면서 “헤라의 경우 중국 티몰 등에서 제품 판매 중이며, 현지에서 브랜드 디지털 전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도 지난해 중국 매출에서 ‘후’ 브랜드 비중은 75%나 돼 다각화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대도시 봉쇄도 새로운 리스크로 떠올랐다. 유안타증권은 올 1분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 전망치를 각각 2535억 원과 2523억 원으로 21.4%, 7.3% 떨어질 것으로 봤다. 박현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리오프닝 수혜주로 화장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에 대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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