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육가공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공세를 높이고 있다. 대상과 진주햄이 소시지 등 가공육 시장에 뛰어들었고, CJ피드앤케어는 베트남에 처음으로 신선육 가공 공장을 설립했다.
CJ제일제당은 사료·축산 독립법인 CJ피드앤케어(CJ Feed&Care)가 베트남 호치민시 구찌현(縣)에서 ‘CJ 구찌 냉장육 공장’ 준공식을 진행했다고 11일 밝혔다. 2019년 7월 출범한 CJ피드앤케어는 베트남 현지 사료·축산 부문 시장 점유율 2위로, 총 7개 사료 공장과 9000개 양돈·양계 농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돈육 브랜드 ‘미트마스터(Meat Master)’를 내놓고 베트남 전역에서 직영 '미트마스터' 매장과 포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공장은 CJ피드앤케어가 베트남 현지에서 운영하는 첫 번째 신선육 가공 공장이다. 1300㎡ 규모로 첨단 육가공 설비와 냉장·냉동 창고 등을 비롯, 콜드체인에 기반한 모든 설비를 갖췄다. 생산규모는 연간 약 8200톤으로, 공장 가동 이전보다 10배 수준으로 크게 늘어나게 됐다. 이에 앞서 유해물질 관련 공신력 있는 글로벌 인증인 SGS(Societe Generale de Surveillance, 스위스 소재 다국적 인증기관) 인증과 베트남 HACCP 인증도 취득해 먹거리 안전도를 높였다.
CJ피드앤케어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안정적인 물량을 바탕으로 미트마스터 제품의 유통 채널 입점을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말까지 베트남 전역에 걸쳐 '쿱(Coop)마트'와 '빅씨(BigC)' 등 주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1000여 개 소매점포에 입점하고, 재래시장에도 프랜차이즈형 정육 매장인 ‘CJ포크샵(Pork Shop)’을 200여 개 개설할 계획이다. CJ피드앤케어 관계자는 “이번 구찌 냉장육 공장 완공은 CJ 피드앤케어가 글로벌 사료·축산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육뿐 아니라 가공육 시장에도 국내 기업의 진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1994년 미원 베트남을 설립해 바이오와 식품 등의 사업을 벌이던 대상은 2016년 현지 소시지 가공업체 덕비엣(Duc Viet)을 375억 원에 인수해 국내 식품업체로는 처음으로 베트남 가공육 시장에 진출했다. 덕비엣은 베트남 햄·소시지 등 시장 점유율 2위 업체로 이후 덕비엣은 당시 박항서 감독과 모델 계약을 맺고 고급 소시지 제품을 출시하는 등 공세를 높였다. 박 감독은 현재는 대상과 계약이 종료된 상태다.
덕비엣푸드는 인수 이듬해인 2017년 매출 225억 원에서 지난 해 377억 원으로 인수 5년 만에 60% 가량 매출액이 성장했다. 이에 따라 모기업인 대상의 베트남 사업 매출 역시 2017년 1022억 원에서 지난 해 1666억 원으로 61% 뛰었다.
진주햄도 베트남 최대 식품 대기업인 마산(Masan)그룹과 2018년 합작사를 설립했다. 진주햄은 마산그룹 계열사 사이공 뉴트리푸드의 신주 25%를 인수하고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진출했다.
베트남은 전체 육류 시장이 약 20조 원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시장이며, 특히 베트남의 돼지고기 1인당 소비량은 28.8kg으로 중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3위다. 비즈니스모니터인터내셔널(BMI)은 베트남을 2020년까지 육류소비가 가장 비약적으로 증가할 6개국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5년 382만 톤이던 베트남 육류 시장 규모는 2024년 558만 톤으로 10년 만에 32% 덩치를 불릴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현재는 90% 가까이가 재래시장 중심으로 육류 유통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민 소득 증가와 함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육류 기업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지리적으로 동남아와 중국의 경계에 있어 향후 시장 확대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의 돼지 고기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을 정도지만, 재래시장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져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