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불효자? 노부모 봉양 앞에 선 이들에 건네는 위로 '말임씨를 부탁해'

입력 2022-04-06 15:13 수정 2022-04-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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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임씨를 부탁해' 포스터 (씨네필운)
▲'말임씨를 부탁해' 포스터 (씨네필운)

“어머니를 모실 수도 없고 놔둘 수도 없고… 많이 받았는데 해드릴 수는 없는 답답한 마음에서 시작한 영화입니다.”

85세 나이에 지방에 혼자 살고 있는 어머니를 결혼한 외아들은 어떻게 돌봐야할까. 명료한 답을 찾기 쉽지 않은 부모 봉양 문제를 따뜻한 시선 안에서 다룬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는 박경목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녹인 작품이다.

‘말임씨를 부탁해’는 평생 고생한 끝에 자식에게 손 안 벌리는 어머니로 살아온 ‘말임(김영옥)'이 팔 골절 사고 이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설상가상으로 섬망 증상까지 보이자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엄마를 돌보기 버거운 아들 ‘종욱(김영민)’은 요양보호사 ‘미선(박성연)'을 고용하기로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말임’, ‘종욱’, ‘미선’ 사이의 입장차이만 도드라진다. 부모자식 사이의 부채감, 요양보호사의 감정노동과 도덕성 문제, 노인 상대 다단계의 현실, 요양보호사 국비지원 제도의 한계까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에피소드에 보는 이의 고개를 ‘끄덕’하게 만든다.

박 감독은 “5~6년 전쯤 어머니가 실제로 팔을 다치시면서 요양보호사를 들이게 됐다.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모시고 살 수는 없는 현실을 시나리오 초고로 쓰기 시작했다. 대사의 50%정도는 실제 나와 어머니가 나눈 것”이라고 전했다.

1994년 인연 시작된 봉준호 감독 “1타강사처럼 도와줘”

박 감독은 ‘말임씨를 부탁해’ 작업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 봉준호 감독에게 “1타 강사처럼 도와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1994년 독립영화협의회 워크숍에서 박 감독을 처음 만난 봉 감독은 ‘말임씨를 부탁해’ 시나리오를 읽고 캐릭터 구성에 도움을 줬다고 한다.

박 감독은 “봉 감독이 요양보호사 ‘미선’ 캐릭터를 두고 낮에는 할머니를 보고 퇴근하면 아픈 자기 엄마를 돌보는 여인이라면서, 마지막에는 누군가가 이 여인을 위해 밥을 차려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후 ‘말임씨를 부탁해’는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독립예술영화제작지원에 선정되고 김영옥, 박성연, 김영민 캐스팅을 마치면서 2021년 1월부터 한달 간의 촬영에 돌입하게 된다.

▲박경목 감독
▲박경목 감독

박 감독은 출연 비중이 큰 요양보호사 ‘미선’역을 언급하며 “박성연 배우가 행동이나 대사의 디테일을 잘 살려줬다”며 감사의 마음를 표했다.

한편 ‘기생충’의 이정은도 깜짝 출연한다. ‘말임’이 국비로 요양보호사 비용을 지원받을 자격이 되는지 점검하러 나오는 공무수행원 역이다. 박 감독은 “처음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상경해 대학로에 자취방을 얻었을 당시 연극 무대에서 활약 중이던 이정은과 인연이 생겼다. 이번 영화를 꼭 도와주고 싶다고 해서 카메오 출연을 부탁했다”고 인연을 전했다.

이외에도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활약한 김영민, 독립영화계 대표 배우 김혜나 등이 출연해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펼친다.

박 감독은 13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나와 같은 고민과 아픔을 지닌 분들이 영화를 볼 것이다. 그들이 죄책감에서 벗어나 서로를 위로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또 "'자식이 불효자'라는 말을 할 게 아니라 노인 봉양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을 시작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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