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완성차 업계가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사업 모델의 성장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향후 개발도상국 등 신시장 개척에 중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는 운전자가 직접 충전기를 사용해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고, 사용하던 배터리를 바꿔 끼우는 방식이다. 운전자가 거점에 설치된 배터리 교환소에 방문하면 사용하던 배터리를 빼고 미리 충전된 다른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다.
5일 외신과 현지 제조사에 따르면 니오, 지리, 둥펑, 창안, 베이징자동차 등 중국의 주요 완성차 기업은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 시장에 연이어 진출하고 있다. 니오는 이미 중국 전역에 800개 이상의 배터리 교환소를 보유하고 있고, 배터리를 바꿔 사용하는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판매하는 신차부터는 배터리를 평생 무료로 교체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지리자동차는 부동산 기업 리판과 각각 3억 위안씩 총 6억 위안(약 1143억 원)을 출자해 교체형 배터리 개발 합작기업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리차에 적용할 교체형 배터리를 개발할 계획이다.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는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운전자가 충전기로 직접 전기차를 충전하면 급속 방식을 이용해도 최소 20분 이상이 걸리는 반면, 교환소에서 배터리를 바꾸는 작업은 5분 안에 끝난다.
전기차의 초기 판매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배터리를 소유하지 않고 구독하는 모델을 적용하면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또, 배터리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는 과거에 일부 국가가 개발을 시도했지만, 사장된 사업이다. 배터리 팩의 형상을 표준화해야 해 기술 개발에 제약이 발생하고, 배터리 교환소를 운영하려면 충분한 이용률이 유지돼야 해서다. 차의 핵심 부품을 남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 점에 거부감이 발생할 수 있는 점도 걸림돌이 된다. 이 때문에 한국과 미국, 유럽 제조사에서도 현재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를 국가사업으로 선정했다. 기술 표준을 마련하고 인프라 구축, 시범 운영에도 속도를 내며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교환형 전기차의 성장 가능성이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충전 인프라가 미비한 개발도상국 등 신시장에는 합리적인 사업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국가에서는 운전자가 직접 전기차를 충전하는 방식보다 이미 충전된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이 안정적일 수 있어서다. 또, 중국 정부가 자금력을 앞세워 배터리 교환 사업 모델 전체를 신시장에 이식하면 해당 시장의 전기차를 중국 제조사가 독점할 수도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배터리 교환 시스템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 소비자들이 해당 서비스에 고착될 수 있다. 이 경우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는 전기차가 외면당할 가능성도 있다”며 “중국이 이런 사업 모델을 시도하는 배경과 전략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