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중고거래’…편의점서 거래 주선ㆍ패션몰서 버려진 옷 매입해 재판매

입력 2022-03-31 15:57 수정 2022-03-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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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FnC 솟솟릴레이.
▲코오롱FnC 솟솟릴레이.

중고거래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유통업계도 중고거래 시장에 대한 투자는 물론이고 사업과 접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편의점들은 중고거래 업체와 손잡고 비대면 거래를 주선하는가 하면 패션업체는 중고 옷을 매입해 재판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최근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기조에도 접목할 수 있어 이같은 추세는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30일 중고나라와 ‘자원 선순환 및 개인간 안전거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세븐일레븐과 중고나라의 업무협약은 지난해 롯데쇼핑이 중고나라에 투자한 이후 모색해온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활용한 시너지 창출의 일환으로, 세븐일레븐은 전국 약 1만1000여 점포에서 ‘중고나라 비대면 직거래 픽업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비대면 직거래 픽업 서비스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사전에 약속을 설정하고, 판매자가 가까운 세븐일레븐 점포에 상품을 위탁해 놓으면 구매자가 편한 시간에 상품을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에 대한 판매도 진행한다. 현재 중고나라 플랫폼내 ‘스프마켓(스페셜프라이스마켓)’ 코너를 통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마트24도 지난해 초부터 '파라바라'의 중고거래 기계 '파라박스'를 일부 점포에 설치하고 시범 운영 중이다. 파라바라는 직거래를 해야하는 중고거래의 단점을 보완한 오프라인 기반의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패션업체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4월부터 자사몰인 ‘코오롱몰'에 자사 브랜드 전용 중고 마켓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4월 1일부터 22일까지 약 3주간 코오롱몰의 별도 페이지를 통해 코오롱스포츠 상품 매입이 진행된다. 코오롱스포츠 상품을 가지고 있다면 이 페이지를 통해 매입 신청을 하고 코오롱몰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교환하는 식이다. 수집된 상품은 검수 과정을 거쳐 5월 중 코오롱몰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이후 6월부터는 코오롱스포츠를 포함한 코오롱FnC의 자사 브랜드로 점차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코오롱몰 관계자는 “패션 상품은 뛰어난 품질에도 불구하고 지겨워졌다는 이유로 버려지기도 한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중고 상품을 사용하는 것이 결국은 친환경 활동으로 이어진다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롯데하이마트도 지난해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 중고거래 플랫폼 ‘하트마켓’을 열고, 전국 430여 개 롯데하이마트 매장 공간을 이용해 거래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하트 테이블’ 서비스를 내놨다.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며 관련 플랫폼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며 관련 플랫폼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고거래에 눈을 돌리면서 다양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올 1월 자사 벤처캐피탈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 투자하는 형태로 중고거래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8월에는 GS리테일이 당근마켓 시리즈D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지난해 3월엔 롯데쇼핑이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의 지분 93.9%를 인수하는 사모펀드에 재무적투자자(FI)로 300억 원을 투자하는 형태로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4조 원이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0년 20조 원으로 5배가량 성장했다. 글로벌 중고거래 시장 규모도 2021년 270억 달러(약 32조 원)에서 2025년 770억 달러(약 91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친환경과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에도 부합한다. 버려질 물건들을 소비자들이 재사용할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매출로도 연결되는 일석이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재판매·중고거래는 거래 상품과 상대방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문제였지만 최근 국내외 리커머스 플랫폼은 상품을 직매입하거나 위탁 서비스를 제공해 상품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며 “플랫폼의 자체 택배 서비스 및 결제 시스템 도입도 거래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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