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사장이 공식적으로 경영 일선에 등판했다. 23일 창립 50주년을 맞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전문경영 시스템에서 정기선 체제로 전환해 자율운항, 수소, 로봇 등 3대 미래사업을 중심으로 새 반세기를 열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22일 ‘제4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지난해 10월 한국조선해양 사장 자리에 올랐지만 미등기 임원 상태였다.
이번 선임으로 정 사장은 사내이사에 재선임된 가삼현 부회장과 함께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국조선해양은 정 사장에 대해 “2018년부터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계열사별 사업전략 및 성장기반을 마련했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로서 사업의 안정화 및 성장기반 마련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정 사장은 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에서도 28일 열리는 주총을 거쳐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이날에는 지주명을 ‘HD현대’로 변경하는 안건도 올라가 있다. 기존 제조업 중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투자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정기선 사장의 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ㆍ해양, 에너지, 기계 등을 3대 핵심 부문으로 꼽고 혁신기술로 △자율운항기술 △액화수소운반 및 추진시스템 기술 △지능형 로보틱스 및 솔루션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자율운항은 해상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줄여 해상물류와 해양자원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로 꼽힌다. 올 1분기까지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으로 대형선박의 대양횡단 항해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린수소 생산기술과 액화수소 운반선 등 해양수소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100MW(메가와트)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를 구축하고 세계 최초로 2만 세제곱미터(㎥)급 수소 운반선도 개발할 계획이다.
또 지능형 로보틱스 기술을 통해 건설 현장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탈바꿈시킨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는 건설현장의 무인화를 목표로 스마트건설 로봇과 관련 플랫폼 서비스를 2025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지난 50년 세계 1위 십빌더로 성장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인류를 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퓨처빌더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