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호 무신사 의장, 임직원에 1000억 주식 쏜 배경은?

입력 2022-03-2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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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 의장. (무신사)
▲조만호 의장. (무신사)

조만호 무신사 의장이 임직원에 무상증여로 1000억 원 주식을 내놓는 '통큰 결단'을 내렸다. 치열해진 온라인 패션 플랫폼 시장에서 인재를 확보해 업계 1위 타이틀 자리를 굳히는 동시에 무신사를 이끄는 동안 '동반성장'을 강조했던 자신의 경영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 플랫폼 업체 1위 무신사는 창업자 조만호 의장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1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했다고 22일 밝혔다. 증여 대상은 지난해 인수·합병한 스타일쉐어, 29CM를 비롯해 올해 3월 31일까지 입사한 무신사 임직원과 자회사 직원을 포함한다. 증여된 주식은 임직원의 근속 기간 등에 따라 개인별로 차등으로 4월 1일부터 순차 지급된다.

조 의장은 지난해 6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당시 사재 출연을 약속한 바 있다. 조 의장은 “그동안 사업을 확대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열정적으로 함께 일한 임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무신사를 함께 만들어온 모든 분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1000억 원 규모의 무신사 주식은 전부 본사 및 관계사 임직원에게 '성과 보상' 차원에서 지급되는 것이라 사측에서 재투자 등의 목적으로 활용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국내 10번째 '유니콘 기업' 되기까지 '동반성장' 경영철학 반영

무신사는 스니커즈 마니아였던 조 의장이 프리챌 온라인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이 많은 곳'에서 출발해 2001년 만든 업체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회원,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은 '루키'들을 기반으로 2005년 '무신사 매거진'을 펼친 데 이어 2009년 커머스 기능을 도입한 '무신사 스토어'를 론칭한 무신사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 2조 3000억 원 기록, 국내 10번째 유니콘 기업 반열에 합류하며 몸집을 불렸다. 현재 기업 가치만 3조 원에 이른다.

커뮤니티에서 독립 서비스로 출범한 후 무신사 서비스가 휘청일 때마다 조 의장이 대학 등록금으로 서버 비용을 충당하고 아끼는 한정판 스니커즈를 팔아가며 회사 경영에 활용한 것은 유명한 일화로 전해진다. 이번 증여 역시 조 의장이 무신사를 이끌며 강조한 '동반 성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조 의장은 2000년대 초반 온라인 커뮤니티 시절부터 활동하는 회원들이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 당시 패션 디자이너로서 성공 척도는 대기업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 여부였으나, 조 의장은 론칭 경험이나 자금력에 구애받지 않고, 역량과 열정만 있는 디자이너들이 브랜드를 만들어 풍성한 패션 생태계를 꾸리는 게 목표였다.

이에 따라 그는 경영 철학으로 내세운 ‘브랜드의 성공을 돕는 조력자' 역할에 충실했고,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들도 외형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대기업 중심 오프라인 유통 공간에 낄 곳이 없었던 중소 브랜드들은 무신사의 성공을 발판삼아 역으로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게 됐다. 무신사 입점 후 연 매출 100억 이상을 기록하는 브랜드도 속출했다. 현재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만 6500여 개다.

◇중소 브랜드 키우기 주력… 신진디자이너 육성에 팔걷어

무신사는 6500여 개에 이르는 입점 브랜드의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마케팅, 홍보, 유통 등 브랜드 전개에 필요한 다양한 업무들을 전방위적으로 도와주면서도 일체의 비용을 받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무신사가 손실 없이 매년 질적·양적 성장을 거쳤기에 가능한 일이다.

무신사가 패션업계 주요 시즌에 맞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브랜드를 돕는 생산 지원금이 2021년 한해에만 520억 원 이상 투입됐다. 조 의장의 아이디어로 2015년부터 시작된 생산 지원금은 2월 말 기준 누적 1000억 원이 넘었다.

최근 무신사는 자체 신진 디자이너 육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자체 펀딩을 구축해 장학금 증정과 함께 스튜디오를 세운 데 이어 넥스트 패션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최종 선발된 팀은 패션 사업을 자유롭게 꾸리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해줄 무신사스튜디오 입주 및 최대 3억 원까지 지원된다.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조 의장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무신사 스토어 운영에서 손을 떼고 해외 사업을 포함한 회사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한국 패션 브랜드의 성장을 위한 지원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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