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회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윤 당선인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와 신산업 발굴에 나서겠다는 뜻과 함께 전경련이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협력을 강화해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국정농단’ 사태로 문재인 정부 5년간 ‘패싱’ 논란을 일으켰던 전경련이 차기 윤석열 정부에서는 ‘재계 맏형’의 역할을 다시 하겠다는 다짐을 밝힌 것이다.
윤 당선인이 경제단체장과 상견례를 한 것은 이달 9일 대선 이후 12일 만이다. 이번 회동은 윤 당선인이 경제 6단체장을 한꺼번에 만났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대통령들은 당선인 신분으로 경제단체를 차례로 방문했다. 이 때문에 경제단체 방문 순서만으로 화제가 됐다. 경제계에선 당선인이 어느 단체를 먼저 찾느냐에 따라 위상이 거론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이번 오찬 회동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전경련의 합류다. 애초 윤 당선인이 중소기업중앙회를 찾는 일정에서 경제 6단체장 오찬으로 바꾼 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먼저 전경련에 연락해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요청한 점이다. 재계에서는 윤 당선인이 전경련을 통해 경제 6단체와의 자리를 주선한 점에서 과거 재계를 대표하던 전경련의 위상을 되찾게 해주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961년 한국경제인협회로 출범한 후 재계를 대표하던 단체로 활동해 온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현 정권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이후 삼성·현대차·SK 등 4대 그룹이 줄줄이 탈퇴하며 입지가 약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한상의가 경제계를 대표하는 구심점이 됐고, 청와대 행사 등에 초청받지 못한 전경련의 빈자리는 중견련이 채우기도 했다. 각종 규제 개선 필요성 대해 재계를 대변하는 목소리는 주로 경총이 냈다.
그러나 윤 당선인 체제에선 전경련의 위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활동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만큼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할 것”이라면서 “특정 경제단체(전경련)를 굳이 배제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경련 회원사로 여전히 활동하는 대기업 그룹사가 많다”며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를 향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