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엠에스, 재고자산 리스크 현실화…경영 ‘빨간불’

입력 2022-03-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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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손실충당금 3개월새 67% 급증

진단시약 및 의료기기 전문기업 녹십자엠에스의 경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해외 진단키트 시장 경쟁에서 밀리며 악성 재고가 쌓이고 있어서다. 재고 처리 어려움은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며 주가 역시 하락세다.

22일 녹십자엠에스에 따르면 체외진단용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조판매업, 의약품 및 의약부외품 제조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해 2003년에 설립된 회사다. 사업은 크게 △진단시약 △혈액투석액 △당뇨 등 3개 부분으로 나뉜다.

최근 회사가 골머리를 앓는 부분은 재고 처리다. 재고자산 자체로만 보면 지난해 278억 원으로 전년(251억 원)과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평가손실충당금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충당금이란 장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이나 손실에 대해 그 원인이 되는 사실은 이미 발생했다고 보고 당해 비용 내지는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월 계상한 결과 발생한 대변 항목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재고가치가 하락하면 기업은 취득원가에 평가손실충당금을 계상해 장부금액을 기록한다. 향후 발생할 손실을 실적에 미리 반영하기 위함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엠에스는 지난해 말 기준 평가손실충당금으로 114억 원을 설정해 뒀다. 지난해 3분기 설정금액(68억 원)과 비교하면 3개월 사이 67%가량 급증한 수치다.

재고자산을 세부적으로 보면 특히 제품 평가손실충당금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제품 평가손실충당금은 1년 사이 44억 원에서 84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재고자산평가손실은 43억 원에서 64억 원으로 증가했다.

충당금 대부분은 진단키트 재고 물량으로 인한 발생분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녹십자엠에스는 타사와의 협력(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자가진단키트를 만들어 수출하는 업체다.

국내 진단키트 업체가 자체적으로 생산한 물량을 판다면 녹십자엠에스는 타사와 수출용 제품 생산 협력을 맺고 물량을 판매한다. 현재는 항체진단키트 2종, 분자진단키트 2종, 항원진단키트 2종 등 총 6종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해외에 판매한다.

실제 GENEDIA W COVID-19 등 신속항원 진단키트 매출은 지난해 이 회사 매출의 12%가량을 차지했다. 다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진단키트 업체간 경쟁이 심화하며 수주가 힘들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계약 해지도 발생하며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판매 부진은 실적 악화로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녹십자엠에스는 별도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전년 수준인 100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20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28억 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재고 처리를 위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당초 회사 측은 수출처 다변화를 통해 재고를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진척이 없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회사 관계자는 재고 처리 계획에 대한 질문에 “수출처 확대를 진행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주가는 지난달 초 최고 1만1400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우하향하는 양상을 보인다. 녹십자엠에스 오전 9시 12분 현재 전일 대비 0.36%(30원) 하락한 8380원에 거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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