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독립성’ 공약한 윤석열, 정작 ‘국민 법률 서비스’ 개선은 부실

입력 2022-03-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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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를 접견하며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를 접견하며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찰 출신인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검찰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법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민들과 맞닿는 법원 등 사법 서비스 관련 공약이 미흡하다는 아쉬움과 함께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권력 강화에 힘 쏟은 공약

앞서 윤 당선인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정상화하고 검찰 권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법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검찰 예산권 보장 △공수처 개혁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을 내걸었다.

이밖에 사법 분야 공약으로 △‘종합법률구조기구’ 신설로 많은 법률구조 기관을 하나로 통합‧관리△‘원스톱 서비스’로 지역 변호사회와 연계, 종합법률구조기관을 통해 법률구조나 변호사와 연결되는 절차 해결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강화를 돕겠다고 했다.

또 여러 곳에 흩어진 행정심판 기관들(중앙행정심판위원회‧조세심판원‧소청심사위원회 등)을 통합하고 국민에게 원스톱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갈 길 먼 '사법 서비스' 개선

윤 당선인은 여러 사법서비스 공약을 내세웠지만 법조계에서는 아쉬움이 나온다. 그간 법조계와 학계에서 요구해오던 국민을 위한 사법 제도가 다소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수많은 법률구조 기관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관이라며 내세운 ‘종합법률구조기구’는 기존의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큰 차이가 없다는 등 사법 분야 공약에 빈틈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조계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것은 ‘소액사건 판결 이유 기재’다. 법원은 소액사건심판법판결에 따라 소액사건은 판결 이유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법원은 신속한 재판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 하지만 ‘깜깜이 재판’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오며 소액사건 판결 이유를 기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서울중앙지법의 A 판사는 “판사들 사이에서 소액사건 판결에 대한 판결 이유를 기재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고 현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며 “이를 위해 재판부와 연구원을 증설하고 소액재판부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공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당선인은 ‘해사전문법원 설치’ 공약을 내세웠는데 이 외에도 전문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사법정책연구원에서 발간된 ‘해사법원 설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국제해사사건의 유치로 인해 해외로 소송비용 유출을 방지해야 하는 점 △해양강국 지위에 맞춰 전문적 법률 서비스 강화가 필요한 점 등의 이유로 해상법 학계에서는 해사법원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법조계에서 요구되는 것이 ‘노동전문법원’ 설치다. 일반 형사 사건과 달리 사측과 노동자의 특수한 관계 등을 고려해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원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노동법원 설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도 노동법원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모습이다. 대법원 사법행정자문위원회는 2020년 9월 당시 회의에서도 전문성의 정도와 별도의 법원 설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사법원과 함께 노동법원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고 결론 지었다.

A 판사는 “노동법원의 사건은 정치적인 가치관이 최종 결론에 반영될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면서도 “최근 노동자의 권리가 부각되고 의료전문법관이나 건설전문법관 등을 확대하자는 흐름에 맞춰 노동법원 설치에 대한 고민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범 전 사법 공약 보강해야”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선 과정에서 내놓는 공약은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고 향후 인수위원회에서 그런 부분을 더 채워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여야, 진보‧보수 구분 없이 반대쪽 공약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사법을 위해 내용을 강화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도 “(검찰 권력 강화 등) 수사 관련 공약은 세부적으로 제시됐는데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법서비스 관련 부분은 부실하게 만들어졌다”며 "법무 행정과 관련한 국민 요구를 대통령으로서 잘 살펴 보완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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