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출고적체 탓 중고차 수요↑
하이브리드車 시세 사실상 상승
전기차 중고차 시세는 들쭉날쭉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전국 휘발윳값이 2000원대에 근접하면서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연비가 뛰어난 친환경 중고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유가 여파가 본격적으로 중고차 시장까지 확산할 경우 오히려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9일 중고차 전문 엔카닷컴과 KB차차차ㆍ현대캐피털 등의 중고차 시세 자료를 종합해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친환경 중고차 가격은 사실상 동결에 가깝다. 일부 차종은 이 기간 오히려 중고차 가격이 상승하는 이른바 ‘시세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연비가 뛰어난 덕에 수요가 몰리는 양상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1ℓ(리터)당 1880.11원으로 전날보다 19.5원 상승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휘발윳값은 전날보다 21.78원 오른 ℓ당 1953.26원을 기록했다. 서울 휘발윳값이 1900원대에 올라선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주유소 휘발윳값 오름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이 원인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자 가격 상승 폭은 더 가팔라지고 있다. 국내 휘발윳값이 매일 10원 이상씩 뛰고 있어 곧 1ℓ당 20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가 인기다. 엔카닷컴이 작년 6월과 올해 2월 사이 중고차 시세를 분석한 결과 하이브리드는 중고차 시세가 1% 안팎 감소하는 데 그쳤다. 시세는 연식과 관계없이 매물로 나온 전체 모델의 평균값이다.
더 뉴 그랜저IG 하이브리드의 경우 이 기간 중고차 시세가 4241만 원에서 4164만 원으로 1.8%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공급과 수요가 넘치면서 중고차 순환이 빠른 탓에 1%대 감가율을 보였다. 이를 제외한 주요 하이브리드 중고차는 감가율이 0%대에 그쳤다.
8세대 쏘나타 하이브리드(인스퍼레이션 기준)는 작년 6월(3211만 원)보다 고작 11만 원이 하락한 3200만 원을 유지했다. 감가율은 0.3% 수준이다.
이밖에 기아 더 뉴 니로 하이브리드 역시 2579만 원에서 2565만 원으로 시세가 0.5%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중고차 시세가 사실상 멈춰있거나 오히려 오르는 배경에는 해당 모델의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신차 출고 지연이 이어진 것도 원인이다. 지난달 기아가 선보인 니로 2세대 하이브리드는 출고 대기 기간만 11개월에 달한다.
하이브리드가 상대적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면 전기차는 시세가 요동치고 있다.
먼저 기아 니로 EV는 8개월 사이 시세가 5.8% 하락했다. 화재 논란으로 시세가 크게 하락했던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은 기저효과 덕에 거꾸로 5.7% 수준 시세가 올랐다.
대부분 중고 전기차 수요는 하반기에 증가했다가 이듬해 상반기에 감소한다. 1분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구매 보조금이 확정되면 이를 겨냥해 신차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난다. 자연스레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를 찾는 수요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하반기 들어 구매 보조금이 소진되면 전기차 수요는 중고차 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추경으로 일부 예산이 책정돼도 상반기 대비 규모가 작은 탓에 애초부터 중고차를 찾는 수요가 증가한다.
결국 전기차 시세는 상반기에 하락하고 하반기에 소폭 증가하는 추세를 반복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신차 출고지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비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당분간 중고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직영중고차 기업 K카 관계자는 “8개월 사이 중고차 시세가 0%대 감가율을 보였다는 것은 사실상 가격이 올랐다고 봐야 한다”라며 "유가가 더 오르면 하이브리드 이외에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은 디젤차 수요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