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니켈을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배터리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배터리 기업들이 LFP배터리 생산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니켈 가격은 톤(t)당 4만2995달러(약 5312만 원)로 전년 대비 132.5% 올랐다.
이는 지난달 평균 가격보다 77.8%, 전주보다는 57.7% 각각 상승한 수치다. 직전일 대비로는 44.3% 급등했다.
니켈 가격은 전날 장중 한때 톤당 10만 달러 이상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가 니켈 거래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코발트도 톤당 7만9000달러로, 전년보다 약 54% 올랐다. 또 구리 1만730달러, 알루미늄 3984달러 등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광물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지난해부터 가격이 오르고 있었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그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폭등 현상이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수요 둔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배터리 생산 비용의 70∼80%가 원자재 비용인 만큼 주요 원자재의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가격도 상승하는 구조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선호하는 삼원계 NCM(니켈ㆍ코발트ㆍ망간) 원자재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져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폭등이 전기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질 위험도 있다.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이 주요 모델의 가격을 2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가 고객들의 예약 줄취소 등 거센 비판 끝에 인상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테슬라의 가장 저렴한 전기차 ‘모델3’의 가격도 2020년 말 대비 현재 18% 인상된 수준이다.
배터리 정보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테슬라가 내세운 ‘저렴한 전기차’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전기차의 광범위한 도입을 저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배터리 생산량 조절 가능성이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배터리와 전기차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특히 삼원계 배터리를 선호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피해가 큰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가가 비교적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LFP 배터리는 중국 CATL 등이 주도하고 있다.
테슬라, 벤츠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 채택을 확대하고 있어 한국 업체들의 LFP 도입도 불가피한 상황인데 이번 사태가 흐름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광물의 가격 상승이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원자재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발생 가능한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