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I 혁신 미룰 수 없는 과제”
보임 후에도 일상적 경영 활동은 유영상 대표 중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의 회장직을 겸임한다. AI 사업과 디지털 혁신을 직접 챙겨 성과를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21일 최 회장이 SK텔레콤의 무보수 미등기 회장직을 맡는다고 밝혔다. 미등기 회장으로 보임되는 만큼 이사회에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영진과 이사회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맡는다.
최 회장은 이날 SK텔레콤 사내게시판에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도전을 위한 기회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SK텔레콤의 도전에 함께 하고자 한다”고 말해 조력자로서의 의지를 나타냈다.
최 회장은 SK텔레콤이 AI 혁신에 성공할 경우 SK그룹의 경영이념인 ‘딥체인지’(근본적 혁신)가 ICT 사업 전반에서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SK그룹 관계자는 “10년 전 최 회장 주도로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반도체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이후 SK 계열사들은 배터리, 바이오, 수소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며 “최 회장이 SK텔레콤의 업(業)에서의 혁신을 지원하게 되면 SK텔레콤뿐만 아니라 SK그룹 전반의 혁신도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SK텔레콤 회장직을 맡게 되면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성장 등 전방위적인 혁신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단기 성과를 넘어 중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에 대한 강한 추진력을 확보함으로써 SK텔레콤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 회장은 앞서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의 비등기 이사로 활동한 바 있다. 당시 최 회장은 혁신의 조력자로서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고, SK이노베이션 계열이 친환경 사업으로 변화하는 데 일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이 SK텔레콤에서 어떤 혁신을 가속해 나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최 회장은 자신의 SK텔레콤 회장직 보임에 대해 숙고하는 한편 SK텔레콤 사외이사 등 이사회 멤버들과도 사전에 만나 의견을 구한 결과,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 회장은 SK그룹의 투자형 지주회사인 SK㈜에서는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이사회에 참여,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반면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에서는 미등기 회장으로서 양 사 경영진과 이사회의 조력자 역할을 해오고 있다.
최 회장 보임 이후에도 SK텔레콤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은 전문경영인인 유영상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현 경영진이 담당한다. 주요한 의사결정도 김용학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전과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 강한 추진력을 활용해 SK텔레콤의 역량을 한데 모아 실제 혁신을 이뤄나가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