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땅값이 하락한 데 이어 부동산 시장도 아파트 미분양이 늘고 청약 경쟁률은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은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로 매수심리를 압박하고 집값 상승을 억누른 결과인 만큼 상승 국면에서 하락 국면으로 전환했다고 판단하기엔 다소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적어도 이런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3월 대선을 지나 1분기까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16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월 부동산시장 리뷰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 분양물량이 늘면서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9월 이후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최근 2개월간 분양 물량은 월평균 5만5000가구로, 지난해 평균인 3만3000가구를 크게 웃돌았다. 1월만 떼어놓고 보면 분양물량이 4만9000가구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월보다 21.1% 감소한 수치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66.1% 증가했다.
분양뿐 아니라 입주 물량도 증가했다. 1월 전국 입주물량은 2만2000가구로 전년 평균 대비 4.2% 감소했지만, 집값 상승을 주도한 서울과 인천에서 약 1만 가구가 공급됐다. 수도권 입주물량이 전년 평균 대비 9.4% 늘어 집값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양과 입주 물량이 늘어난 데다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초 금리 인상, 대출 규제까지 겹치며 올해 1월 청약 경쟁률은 15대 1로 나타났다. 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9월 이후 지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다. 특히 경기지역 청약 경쟁률이 10대 1로 낮은 편이었는데 이는 안성과 시흥 등에서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하는 등 분양 지역에 따른 청약 경쟁률 편차가 큰 결과였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초 청약을 받은 경기 안성시 ‘안성 우방아이유쉘 에스티지’의 전용 84㎡A·B형은 전 순위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전용 148㎡형의 경우 2가구 모집에 2건이 접수돼 미달을 간신히 면했다. 같은 달 청약을 받은 시흥시 ‘신천역 한라비발디’도 전용 84㎡D형과 111㎡B·D형에서 미달이 나타났다.
미분양 아파트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분양 아파트는 1만7710가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미분양 아파트는 매달 1만5000가구 내외로 증감을 반복했는데 최근 공급 물량이 늘면서 1만7000가구대로 뛰어올랐다. 지역별로 경북(2788가구), 강원(572가구), 경남(572가구), 전남(209가구) 순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많았다.
올해는 전국에 35만6891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입주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로 11만8435가구 입주가 예정됐다. 이어 인천(3만7328가구), 서울(3만6204가구), 충남(2만6142가구), 부산(2만6018가구), 대구(2만4969가구) 순으로 입주 예정 물량이 많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7%가량 늘어난 41만7393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처럼 집값 상승과 하락을 예측하는 선행지표는 상승기를 지나 하락기를 가리키고 있지만, 본격적인 집값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택 거래량, 아파트 미분양, 청약 경쟁률, 경매 낙찰가율 등 선행지표를 통해 집값 상승과 하락을 예측할 수 있는데 최근 나타난 현상을 보면 집값 하락 요인이 많아지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부터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이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선 올해 1분기까지 이런 현상이 이어지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대출 규제로 매수세를 눌러놨기 때문에 가격 변동 폭이 없거나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토지거래허가제가 풀린 지역들이 가격이 급등한 사례처럼 억제요인이 해소되는 순간 눌렸던 것만큼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