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수억 원 낮춰 내놔도 ‘시큰둥’
“무너진 강남불패?…하락 판단 일러”
철옹성 같았던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이 부동산 한파에 하락 전환했다. 강남 4구 아파트값은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연일 최고가를 갱신했지만, 지금은 곳곳에서 매매가와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
15일 기자가 방문한 강남 일대 공인중개업소 분위기는 대체로 한산했다. 최근 서울 전역에 거쳐 부동산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손님의 발걸음이 뚝 끊긴 탓이다. 가끔 찾아오는 손님들은 하향 가격 매수를 문의하거나 싸게 나온 급매물이 있는지 묻고 이내 발길을 돌렸다.
서초구 반포동 A공인 관계자는 “예전 같았으면 바로 팔렸을 만한 급매물도 적정 가격인지 고민하고 선뜻 거래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며 “보유세 부담에 시달리던 다주택자들이 매도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2월 첫째 주(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0.01% 내렸다. 강남권에서는 지난주 보합을 유지했던 송파구가 0.02% 하락하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가장 먼저 내림세로 돌아섰다. 송파구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2020년 6월 1일(-0.03%)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보합을 기록했다. 하지만 강동구가 지난주에 이어 0.02% 하락한 게 강남4구 아파트값을 마이너스(-0.01%)로 끌어내렸다. 이 역시 1년 8개월 만이다.
한 달 새 아파트값이 4억 원 넘게 내린 아파트 단지까지 나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면적 84㎡형은 지난달 26일 20억8273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24억 원에 거래된 것보다 3억1727만 원 낮은 금액이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124㎡형은 지난해 12월 35억 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1월 이보다 4억5000만 원 낮은 30억5000만 원에 손바뀜했다.
호가를 낮춘 매물이 늘고 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거래현황에 따르면 강남4구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해 11월 304건에서 12월 273건, 올해 1월 148건으로 점차 쪼그라들었다.
송파구 신천동 B공인 관계자는 “인근 장미아파트와 잠실 파크리오만 해도 1만 가구가 넘는데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3건을 계약하는 데 그쳤다”며 “길게는 6월 보유세 고지서가 나오기 전까지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3월 대선까지 당분간 주택시장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아직 강남 아파트값 하락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최근 부동산 관련 세제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 금리인상 등으로 주택 관련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인데,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관련 제도의 완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최근 서울 아파트값 조정은 대선을 앞둔 정책적 불확실성과 대출규제 등 매수세가 감소하면서 간헐적 거래만 이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권은 상승 폭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일부 조정된 거래가 이뤄졌으나 향후 주택 시장 전망을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