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스포츠 경기인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이 개최됐다. 매년 슈퍼볼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광고 전쟁’이 벌어지는데, 올해 완성차 업계는 일제히 전기차를 주제로 도전장을 던졌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슈퍼볼은 매년 전 세계 180개국에 생중계되고, 1억 명 이상이 시청하는 대형 스포츠 경기다. 홍보 효과가 크다 보니 기업들은 경기 도중 작전 타임이나 휴식 시간에 TV 광고를 내보낸다. 대략 경기를 전후해 60여 편의 광고가 방영된다.
광고 단가는 천문학적이다. 올해 주관 방송을 맡은 NBC는 슈퍼볼의 30초 광고 단가를 650만 달러(약 78억 원)로 책정했다. 역대 슈퍼볼 광고 단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1초당 2억6000만 원짜리 광고인 셈이다. 비싼 가격에도 매년 다국적 기업들은 창의적인 광고를 선보이며 스포츠 마케팅에 나선다. 경기 종료 후 미 일간지 USA투데이가 최고의 슈퍼볼 광고를 뽑을 정도로 업계의 관심도가 높다.
올해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를 앞세워 슈퍼볼 광고 대전에 참여했다. 슈퍼볼 광고에서 완성차 제조사가 전기차를 전면에 등장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완성차 기업 중에는 기아가 슈퍼볼 광고에 참여했다. 기아는 첫 전용 전기차 ‘EV6’를 등장시켜 로봇 개의 배터리를 ‘V2L’ 기능으로 충전하는 내용의 광고를 선보였다. V2L은 추가 장치 없이 외부로 220V 전기를 공급하는 현대차그룹의 ‘E-GMP’ 플랫폼만 갖춘 기능이다.
그간 현대차, 제네시스, 기아는 슈퍼볼에서 각자만의 광고를 출품하며 경쟁을 벌였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기아만 단독 참가했다. 기아는 지금껏 니로, 스팅어, 셀토스, 텔루라이드 등 대표 차종을 광고 주인공으로 등장시켜왔는데 올해 처음으로 전기차를 내세웠다.
BMW의 슈퍼볼 광고는 신형 전기 SUV ‘iX’가 장식했다. 이날 BMW가 선보인 광고에는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이자 배우인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고대 그리스 신들의 왕 ‘제우스’로 등장했다. 광고에서 제우스는 전기(번개)를 다루는 능력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다가 전기로 움직이는 iX를 만나 자유롭게 운전하는 과정을 재치있게 그렸다.
제너럴 모터스(GM)는 자사의 전동화 계획 슬로건 ‘Everybody in’과 전기차 플랫폼 ‘얼티움’을 홍보하는 광고를 공개했다. 1990년대 후반 개봉한 영화 ‘오스틴 파워’의 악당들이 GM 본사를 점령한 뒤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 줄거리다. GMC 허머 EV 등 GM의 신형 전기차도 등장했다. 닛산과 폴스타도 대표 전기차 모델 아리야, 폴스타2를 등장시킨 광고를 제작했다.
전기차가 완성차 업계 슈퍼볼 광고의 주인공 자리를 휩쓴 건 미국에서도 전동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해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50만5988대로 전년보다 95% 급증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아이오닉5, EV6를 현지에 선보이며 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