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양사의 기업 결합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 합병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ㆍ일본ㆍEU 등 필수신고국 승인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9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쟁ㆍ소비자위원회(CCCS)는 전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ㆍ합병은 싱가포르 경쟁법 상 금지되는 거래가 아니다"는 내용의 결정문을 발표했다.
CCCS는 여객 부문에서 싱가포르항공 등 경쟁 항공사가 존재해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작고, 화물 부문에서도 초과 공급 상황이 발생해 경쟁 제한 우려가 낮다고 판단했다.
인천~싱가포르 노선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국내 항공사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취항한 노선이었다. 싱가포르는 양사가 결합해도 신규 항공사의 취항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LCC(저비용항공사)가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취항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싱가포르는 국내 LCC로부터 취항 계획과 독점 가능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인천~싱가포르 운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국과 싱가포르 정부가 2019년 체결한 직항 노선 항공 자유화 협정이 싱가포르 당국 입장에서 통합 항공사의 독점 가능성을 낮게 본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비(非)자유화 노선은 정부가 가진 운수권을 항공사가 확보해야 운항할 수 있지만, 자유화 노선은 항공사가 공항 슬롯만 확보하면 언제든 운항할 수 있다.
이로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국가는 한국, 미국, EU(유럽연합), 일본, 중국, 영국, 호주 등 7개국만 남게 됐다. 이 가운데 한국, 미국, EU, 일본, 중국은 필수신고국가이며 영국과 호주는 임의신고국가다. 임의신고국은 기업 결합 신고가 필수는 아니지만, 향후 당국의 조사 가능성을 고려해 대한항공이 자발적으로 신고한 국가를 뜻한다.
앞서 대한항공은 필수신고국인 터키, 대만, 베트남으로부터 기업결합을 승인받았다. 태국 당국은 사전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통보했다. 임의신고국인 말레이시아 당국도 양사의 결합을 승인했고, 필리핀은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했다.
싱가포르가 결합을 승인했고,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르면 이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위 승인까지 나오면 다른 국가에서 진행 중인 심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승인 상태인 국가의 경쟁 당국과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절차를 마무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