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제3국의 경제적 위협으로부터 EU 회원국을 보호하고, 필요하면 교역국의 통상위협에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EU 집행위가 최근 공개한 ‘통상위협대응 규정(안)’은 다른 국가가 EU와 회원국에 경제적 위협을 가하면 해당국의 상품,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공공조달, 금융서비스 등을 제한하는 광범위한 대응조치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나온 '규정안'은 의결조건을 만장일치에서 가중다수결로 완화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고, 긴급 상황에는 의결 없이 EU 집행위가 즉각 보복 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본 대응조치를 제3국 정부뿐만 아니라 연관된 개인이나 단체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해 경제제재의 성격도 갖고 있다. 현재 EU 통상정책에는 경제제재가 포함돼 있지 않고, EU 이사회의 만장일치를 통해서만 제재를 채택할 수 있다.
보고서는 해당 법안이 WTO 상소 기구 마비로 국가 간 통상 분쟁 해결 방법이 사라진 가운데 EU 차원의 독립적인 통상위협 해결방안의 필요성이 대두하며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은 유럽의 디지털 세와 관련해 회원국, 기업에 특별 관세 도입으로 위협을 가한 바 있고, 중국 역시 대만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리투아니아에 무역보복을 시행 중이지만 EU는 이에 대응할 마땅한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보고서는 해당 법안이 삼자(EU 집행위, EU 의회, EU 이사회) 합의를 통해 최종 타결되기 때문에 EU 집행위 단독 조치 권한 부여 등 일부 조항은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조빛나 무역협회 브뤼셀지부 지부장은 “한국이 EU로부터 보복 조치를 받을 가능성은 작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촘촘히 얽혀있는 만큼 우리 수출기업들이 예상치 못하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해당 조치의 EU 입법 동향을 자세히 파악하는 한편, 입법 조치가 완료된 후에는 EU가 취하는 보복 조치 국가 동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