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0’ 文정부, 자본시장 공약 거의 이행했는데…시장에선 난색

입력 2022-02-08 08:36 수정 2022-02-0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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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22년 현대산업개발-카카오-이마트 정기주총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은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마트노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연맹, 참여연대, 한국노총이 주최했다.  (자료=뉴시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22년 현대산업개발-카카오-이마트 정기주총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은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마트노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연맹, 참여연대, 한국노총이 주최했다. (자료=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때 내건 자본시장 주요 공약을 대부분 이행했으나, 여전히 현장에선 잡음이 새어 나온다.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껍데기 이행’으로 애먼 피해자가 생기면서다.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정책 공약집인 ‘나라를 나라답게’를 내며 경제민주화를 위해 자본시장 교란 행위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나라를 나라답게’에 게재된 주요 자본시장 공약은 △지정감사제 확대, 기업 회계 규율 정비로 분식회계 등 불법 부당회계 방지 △주가조작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형량·양형 강화 및 사면권 제한 △시세조종 등 손해배상소송 소멸시효 확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제재의결서 공개 등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등 4가지다. 이들 공약 대부분은 지켜졌으나, 무리하게 이행된 탓에 기업들이 불만을 표한 공약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정감사제 확대다.

◇국민연금 역할 강화 잘한 일=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적폐청산’을 내세웠으나, 햔실은 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특혜, 금산분리 훼손, 재벌 지주회사 덩치 키우기, 복수의결권 허용 시도 등 대기업 정책이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 덕분에 대·중소기업 간 격차는 더 커졌고, 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은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는 잘한 일로 평가 받는다.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이 강화됐다. 제도가 도입되기 전만 해도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해 왔다. 2019년 고(故)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반대 표명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발 나아가 국민연금은 ‘주주 대표소송’ 도입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이달 말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주주대표소송의 결정 권한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에 일임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사 수는 261개로, 이 중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곳은 9개, 2대주주인 곳은 208개다.

◇기업 부담만 커진 ‘지정감사제’ 공약 이행= 지정감사제란 6년 동안 회계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한 기업은 이후 3년은 금융위원회 증선위가 지정한 감사인에게 감사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이는 기업과 특정 회계법인의 유착을 막아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감사인 지정 상장법인은 2017년 170개, 2018년 284개, 2019년 807개, 2020년 1060개, 2021년 1256개로 늘어났다.

대통령 공약처럼 지정감사제는 확대됐지만, 상장사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지정감사제로 기업의 회계 비용이 커지기 떄문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시간당 회계 감사 보수는 2015년 7만6000원에서 2020년 9만6000원으로 늘었다. 평균 감사 시간 역시 같은 기간 1569시간에서 2373시간으로 증가했다. 평균으로 계산했을 때 회계 비용이 1억1924만 원에서 2억2780만 원으로 2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감사 비용이 증가한 이유는 감사 시 회계 법인이 지정되면서 이들이 가격 경쟁에 나설 요인이 없는 탓이다. 과거에는 회계 법인끼리 수주 경쟁을 하기 위해 기업에 감사 비용을 낮춰가며 저가 경쟁을 했지만, 지정감사제로 회계 법인이 과거처럼 경합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와 관련해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이 제도는) 정부가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직접 규제하는 제도로서 자유수임제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제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실효성 역시 의문이다. 지정감사제가 도입된 후에도 2000억 원대의 횡령이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발생한 이유에서다.

◇반쪽짜리 공약 이행도= 시세조종 등 손해배상소송 소멸시효 확대 공약은 반쪽에 그친다. 기존에 이 시효는 청구권자가 위반 행위를 안 때로부터 1년, 그 행위가 있었던 때부터 3년이었으나, 2018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이 기간이 각각 2년과 5년으로 늘어났다. 다만 이에 적용되는 행위는 시세 조종, 미공개 정보 이용, 부정 거래 행위 등에 그친다. 증권의 발행 조건과 재무 상태 등을 기재한 서류 또는 사업계획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손해입으면 소멸시효는 그대로다.

증선위 제재의결서 공개 공약은 최근 이뤄졌다. 지난해 7월 금융위는 ‘증권선물위원회 운영규칙’ 일부 개정규정을 고시했다. 개정으로 금융위는 조치 이유, 근거 법규 등 필수 기재항목을 포함해 양식화한 의결서를 신설하고, 제재 안건은 개정안의 의결서를 공개하게 됐다. 이전까지 증선위는 의결 안건의 의결서를 작성하면서 안건 소관 부서별로 의결서 작성 양식이 제각각이었으며, 기타 안건 의결서에는 의결 참여 위원의 서명과 안건 목록, 회의 결과, 공개 여부만 기재해왔다. 이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에게 예측 가능한 행동 지침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사면권 제한 공약과 관련해, 이번 정부 들어 경제인 사면은 1명도 없었다. 앞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107명, 28명의 경제인을 사면했다. 문 정부는 국정농단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사면을 결정했으면서도, 다스(DAS)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이 전 대통령은 사면하지 않았다.

한편 최근 불거진 국민연금 대표소송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겠다며 소액 주주 이해관계 침해를 막겠다는 공약을 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난달 포스코의 물적 분할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알짜 사업부의 물적 분할로 지주회사의 가치가 하락해 소액 주주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국민연금은 문 대통령 공약과 반대되는 결정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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