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7일 오후 전경련회관에서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가’ 좌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제기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연금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독립성’과 ‘전문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정부 영향력이 강한 국민연금이 대표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권한을 산하 위원회에 불과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에 일임하는 것은 역행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정부는 그동안 국민연금이 기업을 감시ㆍ규제하는 데 걸림돌이 돼왔던 제도들을 꾸준히 제거해 왔고, 대표소송 제기는 이러한 기업 지배의 최종 마무리 단계”라면서 “수책위의 결정으로 실제 소송이 이루어진다면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상장사 대부분을 통제하는 무소불위의 기구가 될 것”이라 우려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좌담을 통해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이 연기금, 기업, 국민 모두에게 해가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허 총장은 “국민연금이 소송에서 지면 장기간에 걸친 소송비용으로 기금의 주인인 국민만 피해자가 된다”라면서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소송 자체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주가가 내려가 기업, 연기금 모두 손해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허 총장은 “10년 전의 경영 활동에 대해서도 소송이 가능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는 결국 기업의 투자 위축, 소극적ㆍ보수적 경영으로 이어질 것”이라 밝혔다. 또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우리 기업환경에서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을 계기로 한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한층 쉬워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최광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의 지배 구조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금운용에 있어서 ‘감독’ 기능만 해야 하는 정부가 직접 ‘선수’로 뛰고 있다는 것이다.
최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투자정책전문위원회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설치되었고, 두 위원회마다 3명의 상근전문위원 임명을 복지부가 관장함에 따라 복지부가 선수로 뛰는 체제가 완벽히 마련됐다”면서 “이는 해외 연기금이 세계 최고의 투자 전문가를 거느리고 하루 24시간 자산운용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정 시민단체나 노조 역시 위원회에 직접 참가하거나 이들의 임용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고 있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투자 원칙과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는 대표소송은 철회해야 하며, 국민연금기금이 지속할 수 있도록 시급히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 내부에 문제가 있거나 기업의 수익성이 낮으면 투자를 회수하면 된다”면서 “정부든 기금운용 전문가든 누구도 ‘기업경영’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경영에 개입할 수 없고 개입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허 총장은 “국민이 맡긴 노후자금을 기업인을 혼내고 벌주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면서, “대표소송을 통한 기업 경영 개입보다는 지속 가능한 기금 운영을 위한 제도 개혁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