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금융을 합한 ‘핀테크’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증권사를 떠나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 ‘두물머리’로 자리를 옮긴 김두언<사진>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총괄을 7일 만났다.
김 총괄은 이런 흐름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요동치는 세계 경제의 방향성과 데이터 기반 디지털 혁신에 대한 요구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린이(주식 초보자)’와 서학 개미 등 열풍이 불면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다가 지난해 중순부터 세계 경제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긴축의 시대가 시작됐다”며 “이제 중위험·중수익 콘셉트가 몇 년 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수요가 전보다 훨씬 많은 상태인 것”이라며 “인공지능(AI)과 엔진을 통해 분석하고 전략을 짜는 시대가 왔다”고 진단했다.
수요가 높아진 만큼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두물머리의 무기는 AI 투자 엔진 ‘패스파인더’다. 목표 기반 투자(GBI) 엔진으로 투자자의 재무목표 달성 확률을 높이기 위해 AI가 위험 예산부터 포트폴리오 구성, 조정 등 과정을 거쳐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 총괄은 “두물머리가 추구하는 엔진은 맞춤화 솔루션”이라며 “어느 상품이 정말 좋다고 해도 상품 가입 시기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가 있는데, 두물머리의 경우 시점과 관계없이 똑같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GBI 전략을 통해 개인·법인 관계없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물머리의 목표는 이를 바탕삼아 각 계좌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두물머리는 기업 퇴직연금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장기투자 시 더욱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는 AI 엔진 기반 솔루션을 적용해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이 퇴직연금 시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총괄은 “더 근본적인 상황에서 계좌 자체에서 AI 툴을 써보는 것이 두물머리의 접근 방식”이라며 “가장 중요하지만, 변화는 보수적으로 이뤄지는 퇴직연금 시장에 적용하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시장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김 총괄이 달성하고 싶은 목표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KB증권에서의 애널리스트 생활을 뒤로하고 핀테크 스타트업인 두물머리로 자리를 옮겨 이코노미스트로 자리 잡았다. 최근 김 총괄은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빈센트’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자신도 빈센트란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며 김 총괄은 창업가 정신을 새기는 한편 새로운 도전에도 무게를 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성적 평가를 바탕으로 전망을 하던 이코노미스트가 기존 업계를 떠나 빅데이터와 AI 엔진으로 살아남겠다고 한 것에서 메시지를 얻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에는 애널리스트가 증권사를 벗어나면 내 목소리에 누군가 귀를 기울여 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더는 아니다”며 “새로운 전략을 통해 퇴직연금 등 기존 시장에 두물머리 솔루션을 적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