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확진자 폭증에 대비하기 위해 의원급 병원에서도 코로나 검사는 물론 치료와 처방, 재택치료 관리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검사·치료체계를 전환하기로 하면서 동네병원에 비상이 걸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전국적으로 고위험군 중심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우선 배정되고, 고위험군을 제외한 이들에 대해서는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실시한다”면서 “보건소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진료소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며, 이와 함께 동네 병·의원에 대해서도 호흡기클리닉 등의 형태로 이러한 검사 체계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우선 광주와 전남, 평택, 안성 등 오미크론 변이 우세 지역 4곳에 대해 이날부터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 호흡기전담클리닉 등에서 신속항원검사와 관련 진료를 받도록 ‘오미크론 대응 방역 의료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4개 지역에서 코로나19 진료체계에 참여한 호흡기전담클리닉은 현재 의원 8곳, 병원 22곳, 종합병원 13곳 등 총 43곳이다. 이어 2월부터는 전국의 호흡기전 클리닉과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 검사 및 진료도 이뤄진다.
여기에 보건당국은 동네병원 당직의사가 야간에 재택치료자 모니터링을 자택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지침상 재택치료 관리기관이 되려면 24시간 운영돼야 하는데 영세 규모인 의원급에서는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은 만큼 병원 외부에 있더라도 당직자가 환자의 연락을 상시 받을 수 있도록 호출 대기하는 시스템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택치료자 모니터링 등 관련 지침을 아직 마련하지 않아 병원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재택 치료 관리는 10개 가량 의원급 병원을 묶어 당직처럼 나이트콜을 받는 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일찌감치 수가 등을 합의하고 방침을 정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원급 병원은 코로나 환자를 전담하는 공공병원이나 의료진을 많이 보유하는 2~3차 병원과 달리 인력 부족으로 업무 과부하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고, 일반 환자와 동선이 겹칠 우려도 높다. 천 교수는 “개인 의원급 병원은 인력도 없고 공간도 부족하다”면서 “(동네병원 활용은) 자가 검사 후 양성이 나온 경우 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받고 바로 치료제를 받는 것보다 감염 확산의 우려도 높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네 병원 활용은) 필요는 하지만 지침 등도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황”이라며 “전문가들이 지난해 12월부터 오미크론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네 의원들은 코로나 환자 경험이 없고, 일반 환자와 함께 진료를 보다 보면 유행 상황이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네병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구에서 의원급 내과를 운영하는 한 개원의는 “대학병원도 확진자 때문에 응급실이 폐쇄되는 상황이 빈번한데 의원급까지 동원되면 감염을 우려한 일반인 환자가 발길을 되돌리는 일도 잦고, 확진자가 방문했다는 소문에 피해 입는 곳도 많을 것”이라면서 “특정 병원을 지정해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방역당국은 현재 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 단체들과 협의와 함께, 기관들의 모집과 선정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28일 세부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