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사측 조합 의견 거의 받아들이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처음 추진돼 관심을 모았던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이 최종 무산됐다.
25일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에 따르면 이달 22일부터 진행된 조합원 총투표 결과 90.7% 반대로 임금협상 최종안이 부결됐다. 찬성 비율은 9.3% 수준이다.
노조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2021년도 임금교섭을 5개월간 15회에 걸쳐 진행했지만 사측은 조합의 의견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2022년에도 임금과 관련된 조항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 지도부는 조합원들의 뜻을 매우 엄중히 받아들여 진윤석 위원장이 책임지고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비대위 구성 후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할 계획이다. 중노위가 노사 간 견해차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삼성전자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8월 창사 52년 만에 첫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10월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금교섭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약속한 뒤 처음으로 이뤄지는 임금교섭이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2018년 노조 설립 이후 임금교섭을 벌였으나 양측의 이견이 커 불발됐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번 임금협상에서 직원 계약 연봉 일괄 1000만 원 인상, 자사주(1인당 약 107만 원)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려금 지급(1인당 약 350만 원),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안에 담았다. 재계에선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1인당 평균 급여액이 1억1500만 원에서 2억3600만 원으로 105% 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다른 기업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반면 사측이 21일 제시한 최종안에는 △조합원 후생 및 재해방지를 위한 '조합발전기금' 3000만 원 지원 방안 △임금피크제 및 임직원 휴식권에 관한 제도 개선 협의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최종안에는 노조 측이 요구했던 임금 인상 부문은 제외되고 노사 상생협의체를 통한 임금피크제 폐지나 개선 방안 협의, 임직원 휴식권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대책 논의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조합원 투표 전 "임금 인상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지만, 휴가제도와 임금피크제에 대해 회사와 개선 방안을 찾기로 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노조는 한국노총 금속노력 산하로 45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