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구현한 ‘인-메모리(In-Memory)' 컴퓨팅은 한 마디로 차세대 인공지능(AI) 서비스의 출발점이다.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가 이번 연구 결과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먼저 현재 컴퓨터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기억)와 프로세서 칩(연산)이 분리돼 있다.
반면 삼성전자 연구진이 개발한 인-메모리 컴퓨팅은 메모리 내 대량의 정보(기억)를 이동 없이 메모리 내에서 처리(병렬 연산)한다. 전력 소모가 현저히 낮아 차세대 저전력 인공지능(AI) 칩을 만드는 유력한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먼저 연구진은 인-메모리 컴퓨팅 칩의 성능을 인공지능 계산에 응용했다. 이를 통해 숫자 분류에서는 최대 98%, 얼굴 검출에서는 93%의 정확도로 동작하는 것을 검증해 냈다.
나아가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은 생물학적 신경망을 내려받는 '뉴로모픽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사람의 뇌 신경망에서 영감을 받거나 직접 모방하려는 반도체다. 사물과 대상을 인지하는 것은 물론, 추론도 가능하다. 인간의 뇌가 수행하는 고차원 기능까지 재현하는 것이 이 뉴로모픽 반도체의 최종 목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시스템 반도체 공정과 접목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비휘발성 메모리인 M램을 세계 최초로 인-메모리 컴퓨팅으로 구현하고, 차세대 저전력 인공지능 칩 기술의 지평을 확장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하버드대 연구진과 지난해 9월 뉴로모픽 반도체 비전을 제시한 논문을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게재한 바 있다. 당시 논문은 뇌의 고유 기능을 재현하는 뉴로모픽 칩 기술을 제안했다.
이번에 발표한 논문은 당시 논문의 '뇌 구조 복사 & 붙여넣기' 콘셉트 가운데 '신경망 붙여넣기'가 가능한 소자 플랫폼으로서 'M램의 활용 가능성'을 제안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이른바 인공지능 반도체로 불리는 'AI 반도체' 개발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뇌처럼 낮은 전력으로 대규모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은 물론, 복잡한 상황을 인식하고 학습하거나 추론할 수 있는 지능형 기술이 기반이다. 높은 성능은 물론, 그동안 절실했던 높은 전력효율을 끌어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AI 연산에 활용되는 반도체(CPU, GPU 등)는 전력 소모량이 많고, 반도체 칩(Chip)의 크기가 커서 효율적인 생산과 활용에 제한이 많았다. 삼성전자 연구진은 이런 단점에 주목하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인공지능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IC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기반”이라며, “독자적인 AI 반도체 개발은 국내 AI 생태계 혁신을 위한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