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6일 공개한 ‘2021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35조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9조8000억 원)과 비교해 확대된 금액이다.
순자금 운용액은 예금과 주식, 채권, 보험 등 ‘자금운용액’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인 ‘자금조달액’을 뺀 금액으로, 경제 주체의 ‘여윳돈’이라고 볼 수 있다.
3분기 가계의 순자금 운용액이 늘어난 것은 국민지원금 등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한 데다, 주택투자 등은 둔화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분기 중 주택거래량을 보면 2분기 28만 호에서 3분기 26만 호로 줄었다. 또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택매매거래 개인 순취득을 보면 2분기 2000호 취득에서 3분기 1000호 감소로 전환했다.
3분기 가계의 자금조달은 2020년 3분기 53조3000억 원에서 지난해 3분기 49조2000억 원으로 줄었다. 금융기관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며 자금조달 규모가 축소됐다.
같은 기간 자금운용은 83조1000억 원에서 84조2000억 원으로 늘었다. 저축성예금을 중심으로 예금의 증가 규모가 확대된 반면, 주식은 시장여건을 반영해 증가세가 둔화했다.
가계가 자금을 어디에 운용했는지 살펴보면 작년 3분기 중 취득한 예금취급기관 저축성 예금은 19조7000억 원이다. 2분기(16조9000억 원 증가)보다 증가 규모가 커졌다. 특히 장기저축성예금은 2020년 3분기~2021년 2분기까지 감소세가 이어지다 3분기 1조1000억 원 증가로 돌아섰다.
반면 거주자 발행주식 및 출자지분(국내주식)은 26조1000억 원어치와 비거주자발행주식(해외주식) 2조4000억 원어치를 취득했다.
국내 주식 취득액은 역대 1위였던 작년 1분기(36조5000억 원), 2위였던 2분기(29조2000억 원)에 못 미치는 규모다. 해외 주식 취득액 역시 2분기(2조8000억 원), 1분기(12조5000억 원)보다 적었다.
방중권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코스피 지수를 보면 1분기와 2분기는 증가세였지만, 3분기에는 오히려 6.9%가 하락했고, 나스닥 역시 마찬가지였다”라며 “이 같은 주식 시장 변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계 금융자산 내 상품별 비중에서 주식은 줄어들고, 예금은 늘었다. 예금은 2분기 40.5%에서 3분기 40.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식은 21.6%에서 21%로 감소했다. 특히 국내 주식의 경우, 작년 2분기 사상 최초로 비중 20%를 넘겼는데, 다시 19.6%로 축소됐다.
방중권 팀장은 “현재 나타난 3분기만 보면, 금리 인상 등에 따라서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안전자산인 장기저축성예금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라며 “향후에도 자산 리밸런싱이 지속될 지 추세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