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대위 쇄신 방안으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배제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김 위원장은 윤 후보를 두고 국운(國運)이 다했다고 지적하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윤 후보는 이날 발표할 선대위 쇄신 방안으로 김 위원장과 6본부장 일부 또는 전부를 제외한 채 '슬림화'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보인다. 후보를 중심으로 선거에 꼭 필요한 조직만 남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사실상 '홀로서기'를 택한 것이다.
앞서 윤 후보는 김 위원장에 대한 불쾌감을 선대위 내부에 강하게 드러냈다. 선대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이 자신과 상의 없이 선대위 쇄신을 예고하고, 자신을 향해 '연기만 잘해달라'고 주문하는 등 서운함을 느꼈다고 한다. 본인이 정치에 도전하기 전까지 강점이었던 카리스마를 완전히 짓밟는 태도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3일 고심을 거듭했고 결국 자신을 중심으로 선대위를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키로 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위기 때 선대위 개편을 통해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든 것처럼 강한 카리스마를 회복하기 위함이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을 배제하겠다는 움직임이 커지자 김 위원장은 직접 사의를 표명했다. 애초 김 위원장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해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사의를 표명할 때도 직을 유지한 채 선대위 쇄신에 나설 방침이었지만, 갈등이 커지자 선대위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대위 개편을 대통령 당선을 위해 하자는 것인데, 쿠데타니 상왕이니 이딴 소리를 하고,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것"이라며 사퇴를 예고했다. 이어 "(내가 선대위에) 억지로 끌려간 사람인데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자신의 행동을 두고 쿠데타라고 했다는 전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자신의 측근들에게도 윤 후보의 결정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날 김 위원장과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한 측근은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지금 우리나라는 갈림길에 있으니 치고 나가서 좋은 나라가 될 것인지 아니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처럼 그렇게 갈 것인지, 그런데 지금 상황이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측근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윤 후보를 두고 "국운이 다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력한 안으로는 선대위 해체 후 완전히 슬림화를 해 실무에 집중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우려도 나온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거 승리가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후보 주변에서 나오는 얘기를 보면 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