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를 기록하면서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올해도 국제유가의 오름세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적 요인이 이어지고 올해 2분기로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까지 맞물리면서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통계청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1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가 102.50(2020년=100)으로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고 밝혔다.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 또한 지난해보다 3.2% 오르면서 2011년(4.4%)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의 가격 상승이 물가의 오름세를 전반적으로 주도했다. 특히, 공업제품은 올해 2.3% 오르면서 2012년(2.8%)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기여도 또한 0.80%P로 품목 중 가장 컸다. 공업제품 중 석유류(15.2%)는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2008년(19.1%)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올해에도 이 같은 물가 상승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올해 물가 상승은 국제 유가나 곡물 가격,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적인 공급 측면의 상승 요인이 컸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이 같은 요인이 크게 완화되고 있지 않고, 완화되더라도 시차가 있어서 당분간 오름폭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대표적인 물가 상방 요인이었던 국제유가는 최근 60달러대로 떨어지며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 배럴당 80달러에 근접했다. 지난달 30일(미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43달러(0.56%) 상승한 배럴당 76.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중증으로 심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에 따라 원유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에 따른 곡물 가격의 상승도 심상치 않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조사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 100 기준)는 11월에 134.4포인트(P)로 4개월 연속 상승하며 10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27.3% 상승한 수치다. 곡물(23.2%)과 설탕(37.9%), 유지류(51.4%)의 가격지수 상승 폭도 컸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식량 수출국의 선적 지연 등 공급망 불안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4월로 예고된 전기·가스요금 인상도 불안 요인 중 하나다.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를 구성하는 상품·서비스의 실질적인 '원재료'라는 점에서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정부는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로 올해 1분기까지는 공공요금을 동결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후 원료비 급등으로 원가를 산정하는 기준 자체가 상향 조정되면서 대선이 끝나는 올해 4월에는 전기요금이, 5월에는 가스요금이 오를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물가가 '상고하저' 흐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전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국제유가 강세, 기저영향 등으로 상반기에는 상승압력이 지속되다 점차 상승 폭이 둔화되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와 오미크론 변이 전개 양상,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앞서 '2022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가 지난해(2.5%)보다는 소폭 안정돼 2.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6월에는 상승률을 1.4%로 전망했는데, 이보다 0.8%P 올린 것이다. 정부의 전망치는 한국은행(2.0%)이나 KDI(1.7%)보다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