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를 기록하면서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농축수산물과 국제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에 소비심리 회복 등의 수요 요인까지 맞물리면서다. 12월 물가도 3.7% 오르면서 석 달 연속으로 3%대를 기록하는 등 오름세가 지속하는 모습이다.
통계청은 31일 발표한 '2021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지수가 102.50(2020년=100)으로 지난해 대비 2.5% 상승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이는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2019년(0.4%)과 2020년(0.5%)에 연속 0%대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오름폭이 지난해보다 2.0%포인트(P) 확대됐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8% 오르면서 20.15년(2.2%) 이후로 가장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도 1.4% 오르면서 2017년(1.5%)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3.2% 오르면서 2011년(4.4%)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의 가격 상승이 물가의 오름세를 전반적으로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공업제품은 올해 2.3% 오르면서 2012년(2.8%)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기여도 또한 0.80%P로 품목 중 가장 컸다. 공업제품 중 석유류(15.2%)는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2008년(19.1%)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0.73%P로 기여도가 컸던 농축수산물도 지난해보다 8.7% 오르면서 2011년(9.2%)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달걀(41.3%), 파(38.4%), 사과(18.5%), 돼지고기(11.1%), 국산 쇠고기(8.9%) 등의 오름폭이 컸다.
서비스는 2.0% 오르면서 2017년(2.0%) 이후 4년 만에 가장 상승률이 높았다. 서비스 중 집세는 1.4% 상승하면서 2017년(1.6%)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이 중 월세(0.7%)는 2014년(1.0%) 이후 가장 높았다. 또한,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점차 회복되면서 외식(2.8%) 등 개인서비스는 2.6% 올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향후 물가 전망과 관련해 "올해 물가 상승은 국제 유가나 곡물 가격,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적인 공급 측면의 상승 요인이 컸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이 같은 요인이 크게 완화되고 있지 않고, 완화되더라도 시차가 있어서 당분간 오름폭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외적인 불안 요인들이 완화되면서 점차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후 상고하저 흐름을 보이면서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12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04.04(2020년=100)로 전년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9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월(3.8%)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10월(3.2%), 11월(3.8%)에 이어 3개월 연속으로 3%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12월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와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각각 2.7%, 2.2%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4.6% 상승했지만, 전월과 비교하면 0.4% 소폭으로 하락했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6.7%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7.8% 오른 가운데, 공업제품(4.7%), 개인서비스(3.4%) 또한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다만 공업제품의 상승률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 등에 따른 석유류 가격 오름세의 둔화로 11월(5.2%)보다 소폭 줄었다. 석유류는 전년 같은 달보다 24.6% 오르며 여전히 상승 폭이 높았지만, 전월과 비교하면 5.1% 축소됐다.
농축수산물 중에는 달걀(33.2%), 수입 쇠고기(22.2%), 배추(55.6%) 등이 많이 올랐고, 석유류에서는 휘발유(21.0%), 경유(26.6%), 자동차용 LPG(36.5%)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서비스에서는 전세(2.8%), 월세(1.1%) 등의 상승 폭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