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스피 지수 3300선을 돌파하며 소띠 해를 맞아 ‘불(BULL) 마켓’을 경험했던 국내 증시는 올해 ‘호랑이 앞의 등불’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들뜨게 했던 ‘유동성 파티’가 사실상 끝난 탓이다. 초완화적 통화정책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호랑이 등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국내 증시는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새해를 맞았다. 특히, 세계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금융시장 변화도 클 컷으로 전망된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상단은 3300~3400선, 하단은 2600선 정도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 2800~3400, IBK투자증권 2800~3200, NH투자증권 2800~3400, 대신증권 2610~3330, 메리츠증권 2800~3450, 유안타증권 2750~3350 등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는 코스피 전망치를 3400으로 제시하면서 외국계 IB 중 가장 높은 수치를 제시했다. BNP파리바도 코스피지수로 3300선을 제시했다.
올해 증시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상 정책과 지표들의 되돌림 과정에서 나타날 변화다. 전문가들은 한국증시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매크로 환경과 이익모멘텀의 저점 시기가 1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급락하고 있는 예상 EPS(주당순이익)증감률은 연초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연도별 EPS로 추정한 증감률의 예상 경로를 보면 저점의 강도에는 오차가 발생하더라도 시기는 1분기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록적인 부의 효과와 공황 소비, 반작용 리스크와 기회, 사이클의 저점 시기 등을 고려할 때 2분기 이후 한국증시에도 ‘반격의 시간’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총 비중을 고려하면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지난해 1월 고점을 기록한 뒤 10개월 이상 조정을 거친 삼성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안타증권은 “삼성전자는 지수 상승 전환과 추세 유지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삼성전자의 분기이익 저점시기는 이르면 1분기 늦어도 2분기로 전망되고 있는데, 사이클의 기간을 고려해도 확률이 높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올해는 코로나 우려 완화 등으로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며 연말로 갈수록 사모 펀드 및 해외 펀드의 성장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해외주식형 펀드, 공모주 펀드 등은 높은 관심 속에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요국의 친환경 정책 관련 본격적 투자 집행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인프라 개선 등이 ESG 펀드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ETF(상장지수펀드)시장은 액티브 ETF 규제 완화와 다양한 테마 ETF의 출시로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TDF(타깃 데이트 펀드)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는 중장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거시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향후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중장기적 달러화 강세 가능성을 대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통화긴축 기조 전환에 따른 영향이 달러화 강세를 견인하는 요인이다. 또한, 바이드노믹스에 따른 미국경제 호황 및 미국-유럽 내외 금리차 확대 등도 달러화의 강세 요인이다.
국내외 채권금리는 중장기적으로 완만한 상승국면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연초 크레딧 스프레드는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원자재 시장은 올해 클라이맥스(절정)에 이르며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섹터 주도의 원자재 시장 강세가, 중장기 관점에서는 산업금속(구리, 알루미늄, 니켈 등) 섹터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박스피 탈출 조건의 관건은 인플레이션이다. 산업·금융 규제정책 장기화 및 에너지 구조전환 과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향후 정책 향방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논란에도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올해는 전 세계 통화정책에서 인플레이션 평가의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은 전년보다 낮아지는 것이 불가피하나 설비투자 압력 등으로 물가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다”며 “미국은 임금상승률 확대 영향, 한국은 공공요금 인상 압력 등 국가별 인플레이션 불안요인이 차별화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