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거주해도 양도세 비과세
임대물량 대다수 '다주택자' 소유
'9억 이하' 제한, 현실과 동떨어져
1년 한시운용…시장 반응 '냉랭'
정부가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상생 임대인’ 정책을 내놨다. 내년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만료된 매물들이 나오는 만큼 임대차 시장 불안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시적인 정책일 뿐만 아니라 적용 대상도 적어 시장에선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상생 임대인에게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적용을 할 계획이다.
상생 임대인이란 신규·갱신 계약 시 전·월세를 5% 이내로 올린 임대인을 말한다. 이들에게는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적용을 받기 위한 실거주 요건 2년 중 1년을 채운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현재는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주택을 소유한 1가구 1주택자가 양도세를 면제받기 위해선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다만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1가구 1주택 보유자가 대상으로, 다주택자는 적용 대상에서 배제됐다. 또 이달 20일부터 내년 12월 31일 이내 이뤄진 신규·갱신 계약에만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내놓은 건 내년 8월부터 임대차3법 도입 2년이 지나면서 계약 갱신 기간이 끝나 ‘5% 상한 룰’에서 벗어난 매물들이 보증금을 크게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월세와 집값 상승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시장에선 올해 ‘역대급 종합부동산세’를 받은 집주인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와 전세 보증금을 대폭 올려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생 임대인 정책이 한시적이고 적용 대상도 적기 때문에 시장에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적용 대상자인 1주택 임대인들이 실제로 얼마나 되겠느냐”며 “기본적으로 임대를 놓는 사람들은 다주택자들이 많은데 이들을 배제한다면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방식으로 봤을 때 임대인이 실거주 요건을 모두 채우려면 총 4년을 임대해야 줘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신규계약 2년에 임대료 상한을 적용한 4년을 더해 총 6년을 주변 시세보다 싼 가격에 임대해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할 임대인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세밀함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현재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따라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 적용 대상을 ‘9억 원 이하’로 설정한 것은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서 학회장은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적용 대상도 적어질 수 있다”며 “집값 상승에 따라 실질적으로 모든 임대인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효과가 있는데 현 제도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