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공적으로 보호하려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회계법인, 주관사, 법률가 ‘삼두마차’의 게이트 키퍼 역할이 절실합니다.”
이행규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서울시 서대문구 본사에서 진행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자본시장에 대해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외국 기업의 국내 IPO 시장 활성화로 어느때보다 관련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기, 그의 눈은 ‘법률 자문 의무화’를 향하고 있다. ‘제 2의 중국 고섬사태’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내 IPO에서 간과 돼 온 법률 자문이 강화돼야 한다는 게 그의 오랜 신념이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최초’, ‘1위’ 역사를 새로 써온 이 변호사는 20년간 국경을 넘나들며 국내 자본시장의 몸집을 키우는 데 힘 써왔다. 특히 외국 기업의 국내 IPO 분야에서 세심한 법률 자문을 통해 국가 간의 차이를 극복하며 수차례 ‘빅 딜’을 성사시켰다. 라오스의 LVMC홀딩스, 미국의 뉴프라이드코퍼레이션, 베트남의 LS전선아시아와 화승엔터프라이즈가 그의 손을 거쳤다. 지난 2월엔 공모규모 4909억 원에 달하는 싱가포르 기업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과거 미국 로스쿨 법학석사학위(LLM) 취득차 컬럼비아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미국 선진 자본시장의 엄격한 법률 자문 과정을 목도했다. 2008년 당시 같은 로펌에서 비자(VISA)의 IPO 업무를 맡고 있던 동료 변호사를 통해서였다. 6개월간 글로벌 오피스 17개 70~80명의 변호사가 동원돼 신중하게 진행된 과정은 당시 미국 최대 규모의 IPO를 성사시킨 동시에 투자자 보호 역할도 성공했다고 봤다. 그는 "당시 되게 엄격한 실사를 통해 게이트 키퍼 역할을 제대로 한 것에 감명을 받았다"며 "한국 아이피오도 이렇게 가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15년전에 하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상장 과정에서도 투자자 피해를 막고 증시 선진화를 위해 IPO시 법률 자문의무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투자자들에겐 2000억 원대 손실을 입혔던 ‘중국 고섬 사태’가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이 변호사는 “이머징 국가 자본시장의 아이피오 과정에도 법률가가 회계법인, 주관사와 함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면서 투자자 보호 위한 역할 공적 역할을 겸하고 있는데 우리는 안되고 있다”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선제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IPO 과정에 법률 자문을 필수요건으로 넣기엔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다. 이 변호사는 “최근 국내 IPO 상장 상담을 받는 곳이 26개 정도로 근래 가장 많고, 법률 자문률도 20% 까지 올라왔다”며 “최근 개인투자자가 많아지면서 옥석을 가리게 된 만큼 높은 수준의 법률적 검토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준법 마인드 에듀케이션을 통해 온전한 자본시장을 만들기엔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거래소가 진출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자본시장 교류 필요성도 언급했다. 10여년간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한국이 리스크를 안고 투자한 과실을 서로 나누기에 적절한 환경이 마련돼 있다는 생각이다.
이 변호사는 “과거 거래소가 지분투자를 해서 캄보디아, 라오스 등 (자본시장) 시스템을 만들어 주고 했는데 해당 국가들로부터 한국 IPO는 한곳도 진행되지 못했다”며 “한국 투자자들은 베트남 정도를 제외하고 이머징 국가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가 도와주고 우리 증권사가 주관하면 상대 국가들이 한국 정도 시장이면 나스닥에 가는 느낌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현지에 상장된 큰 국영기업이나 검증가능한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한국거래소에 2차 상장을 하고, 한국계 현지 금융기관도 현지 거래소 및 한국거래소에도 상장을 하는 ‘듀얼 상장’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