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주 상승세 이어오다 보합 전환
호가 수억 낮춰 내놔도 '시큰둥'
지난달 고작 41건 거래절벽 심각
중저가 단지의 반란이라 일컬어질 만큼 천정부지로 치솟던 서울 관악구 아파트값의 상승세가 1년 반 만에 멈췄다. 관악구 아파트값은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연일 최고가를 갱신했지만, 지금은 곳곳에서 매매가와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
20일 기자가 방문한 관악구 공인중개업소 분위기는 대체로 한산했다. 가끔 찾아오는 손님들은 하향 가격 매수를 문의하거나 싸게 나온 급매물이 있는지 묻고 이내 발길을 돌렸다. 가끔 울리는 전화기 너머로는 매도 호가를 낮춰 팔겠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봉천동 A공인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들어 중개한 아파트만 3건이 채 안 된다”며 “지금도 가끔 매수 문의는 있지만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13일 기준) 관악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0%를 기록했다. 관악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5월 넷째 주(0.01%) 이후 8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다 매수세가 감소하고 일부 매물이 적체되면서 보합으로 전환했다.
그동안 관악구 아파트값 상승 배경에는 정부 규제의 역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2019년 12·16대책에서 9억 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9억 원 이하 아파트가 ‘비규제 시장’으로 인식되며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해 조정대상지역 확대를 골자로 한 6·17대책이 발표되면서 수도권과 서울 간 변별력이 줄어들자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서울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에 매수세가 이어졌다.
신림동 B공인 관계자는 “관악구는 지리적 이점과 비교하면 부족한 교통 인프라 탓에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했다”며 “올해는 규제 풍선효과와 대형 교통 호재가 맞물리면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관악구 일대는 경전철 신림선과 서부선 개통이 예정돼 있어 향후 교통 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다. 신림선은 다음 달 시험 운전에 들어가 내년 5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서부선 또한 2023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다만 최근 들어 호가가 직전 실거래가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어 주택시장 분위기가 돌변하고 있다. 관악구 일대에선 거래가 뜸한 가운데서도 직전 거래보다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 이상 내려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호가를 낮춘 매물이 늘고 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거래현황 조사 결과, 관악구 아파트 매매량은 7월 184건에서 9월 106건, 지난달 41건으로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신림동 ‘신림 푸르지오’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9월 11억60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으나 한 달 새 이보다 2억3000만 원가량 낮은 금액인 9억3000만 원에 거래됐다.
봉천동 ‘관악 드림타운 삼성’ 아파트 전용 114㎡형은 10월 12억45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이는 7월 12억9500만 원에 거래됐던 것보다 5000만 원 낮은 금액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관악구는 교통 호재에 따라 아파트값이 선반영된 부분이 있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요를 억제하자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며 “현재 집값이 주춤한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보기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