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부품업계 절반 이상이 미래차 전환에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과 인력 부족이 주된 이유로 조사된 만큼, 정부가 경제적ㆍ제도적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14일 ‘자동차 업계 경영 및 미래차 전환 실태조사 결과와 시사점’을 주제로 제21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KAIA가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사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6.3%(169개사)는 미래차 분야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미래차 부품 개발ㆍ양산을 시작한 기업 중에서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23.7%(71개사)로 밝혀졌다. 80%의 기업이 미래차 전환에 차질을 빚는 셈이다.
특히 300개 기업 중 엔진, 변속기, 흡배기 등 내연기관차 전용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44.1%, 동력계 관련 제품이 매출 1위인 기업도 32.7%에 달해 급속한 전동화 전환 시 어려움에 빠질 기업들이 많았다.
미래차 분야에 진출한 뒤 수익을 실현하는 기업은 전체의 20%에 불과했다. 이들 중 절반은 수익 발생까지 3년 이상 걸렸다고 답했다. 미래차 부품 1종을 기획하고 양산하기까지 소요되는 평균 비용은 13억 원, 기간은 13개월로 나타났다.
미래차 관련 연구개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는 47.3%가 자금 부족을 꼽았다. 이어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한 기업도 32.1%에 달했다. 올해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은 3.7%에 불과했고, '다소 악화'(39.3%)와 '대폭 악화'(7%) 등 전년 대비 악화한 기업의 비중이 45% 수준으로 나타났다.
장석인 산업기술대 석좌교수는 “이번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미래 자동차의 새로운 경쟁우위 확보 가능성이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자동차 산업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미래차 생태계 조기 구축 차원에서 정부의 선제적인 사업구조 개편과 전환 사업의 홍보, 기업의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재원 조달과 제도적 지원에 힘써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실장은 “자동차산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부품생산업체들은 전동차 부품개발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반면 수익을 통한 투자 회수에는 장기간 소요된다”라며 “정부 정책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 대상 선별과 내연기관 산업 생태계를 미래차 산업생태계로 연착륙시키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만기 KAIA 회장은 “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여건 악화로 원자재 조달 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전환기를 맞이했다”라며 “효과적인 미래차 전환을 위해 하이브리드차 등이 일정 기간 '캐시카우' 역할을 하도록 정부 지원을 지속하고, 노동력 축소나 생산 유연성 확보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 규제, 인식 등 사회 전반의 제도를 기술변화에 맞춰 개혁해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