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ㆍ가스 등 전통 에너지 업계의 거점인 국영 석유회사들이 이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선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부는 '탄소중립' 바람이 전통 에너지 업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모양새다.
12일 한국석유공사가 최근 발간한 ‘세계 주요 국영석유회사 동향 및 전략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해 아람코(Aramco),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 등 전 세계 국영석유회사들이 글로벌 석유ㆍ가스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들 회사도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존 석유ㆍ가스 사업을 현금창출원으로 유지하면서 저탄소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는 최근 청정연료 시장이 확대될 것을 예상하며 자사의 수소사업을 2030년 이후 세계적 규모로 성장시킬 계획을 발표했다. 206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의 ADNOC는 최근 연이어 주식 시장에 지분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석유ㆍ가스 사업을 지속하면서 비화석연료 사업을 확장하려는 복안이다.
석유공사는 이 사례들을 바탕으로 국영석유사들이 전략적으로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향후 에너지 전환의 관건이라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사업 및 경영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 △석유ㆍ가스 사업과 청정에너지 사업 균형 도모 △청정에너지 기술 및 업무 혁신 △이해관계자와의 긴밀한 협력 추구 등이다.
석유공사는 "경영환경 변화에도 기존 경영방식을 고수한 국영석유회사들은 어려움에 부닥친 반면, 환경변화에 대응하며 변화를 모색한 국영석유회사들은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영석유사들은 각자의 전문성, 역량과 경험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면서도 에너지 전환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심하고 있다. 2030년 이후를 목표로 저탄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사ㆍ분석, 연구개발을 비롯해 실증 파일럿을 추진하는 회사들도 있다.
그러면서 석유공사는 "밸류체인 안에서 소통을 확대하고 정부, 지자체, 사기업, 학계, 연구기관과의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국영회사들의 변화가 민간 정유 업체들의 에너지 전환 움직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 공장(CLX)은 최근 가스 배출에 따른 대기환경 이슈를 고려해 이산화탄소를 회수하고, 이를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산화탄소 포집ㆍ활용(CCU) 사업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GS칼텍스도 최근 한국가스공사, 한국동서발전 등과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친환경 수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에쓰오일(S-OIL)은 최근 정부 ‘수소 선도 국가 비전’ 발표에서 청정수소 프로젝트 컨소시엄 참여를 밝혔다. 자체적으로도 대규모 수소 수요를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달 친환경 에너지, 화학 분야 특허 보유사인 덴마크의 할도톱소(Haldor topsoe)와 손잡고 친환경 연료 이퓨얼(e-fuel)을 만들기로 했다. 이퓨얼이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얻은 뒤 이를 이산화탄소 등과 혼합해 만든 신개념 합성 연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