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가운데,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정기 국회가 막을 내리면서 사실상 법안의 연내 통과는 어려워졌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개인택시평의회 등 2개 단체는 6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 앞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를 우선 배차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를 호소하며 관련 입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 단체는 여의도로 이동하며 차량 행진을 한 뒤, 민주당ㆍ국민의힘ㆍ정의당 당사 등을 방문해 플랫폼 불공정 배차와 콜 몰아 주기를 개선해달라고 주장했다. 앞서 박원섭 서울개인택시평의회 의장은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콜 몰아주기’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자영업자ㆍ소상공인과 시민 단체 역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소상공인연합회가 입법을 촉구하는 논평을 낸 데 이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및 5개 시민 단체는 6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앞에서 ‘온라인플랫폼법 도대체 왜 막는가’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입점 업체를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고, 불공정약관을 통해 입점 업체의 대응력을 약화하고 불공정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양흥모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집행위원은 “온라인 플랫폼이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에 제도적 정비가 없이 가다 보니 자영업자가 과도한 경쟁에 휘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혁신 산업에 장애가 되는 것 아니냐 주장하지만, 플랫폼 역시 과도한 경쟁으로 몰리고 있다. 입법 자체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부분도 있지만, 부당한 경쟁을 규제하는 방안도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재홍 전국유통상인협회 본부장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와 함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폐해도 크다”며 “특히 쿠팡, 배달의민족, 네이버 등은 유통과 물류산업까지 진출해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고유한 영역에 진출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규율하는 내용을 골자로, 중개 수익 10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금액 1조 원 이상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카카오커머스, 11번가, 쿠팡, 위메프 등 20여 개 업체가 포함될 전망이다.
애초 정부와 여당은 정기국회 내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ITㆍ스타트업 업계의 거센 반발로 법안은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이어 25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업계의 반발로 좌초된 법안이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날 오후 ‘온라인플랫폼법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정신동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등 학계 인사들이 참여해 법안의 중복 규제 문제점과 입법 시 부작용 등을 논의했다.
한편 여야 대선 후보들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8일 “온라인 플랫폼이 부과하는 모든 수수료를 공개시키겠다”고 약속하며 재차 플랫폼 규제를 공언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2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주최로 열린 정책 토크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이라면 규제에서 예외를 둬야 하지만 “빅테크로 분류되는 업체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