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애플TV+와 디즈니+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돼 가지만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반면 토종 OTT는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하다는 약점에도 정치풍자, 술 등 다양한 소재로 한 색다른 오리지널 드라마를 앞세워 약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일 OTT 업계에 따르면 애플TV+와 디즈니+는 각각 지난달 4일, 12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1개씩 내놓는 데 그쳤다. 한국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애플TV+는 이선균 주연의 ‘닥터 브레인’을 선보였고, 디즈니+는 SBS 예능 ‘런닝맨’의 스핀오프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을 공개했다. 두 작품 다 모든 에피소드가 한꺼번에 공개되지 않고 일주일에 한 편씩 지금까지 5회씩 나왔지만 큰 호응은 없는 분위기다. 총 6부작인 ‘닥터 브레인’은 마지막 1회만 남겨둔 상태다.
애플TV+는 오리지널 콘텐츠만 제공하기에 전체 작품 개수가 70여 편에 불과하다. 한국 콘텐츠는 ‘닥터 브레인’ 하나뿐이다. 윤여정과 이민호가 주인공을 맡은 드라마 ‘파친코’를 제작하고 있지만, 공개 시기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디즈니+는 이달 안에 정해인·지수 주연의 드라마 ‘설강화’, 걸그룹 블랙핑크 데뷔 5주년 기념 영화 ‘블랙핑크 더 무비’를 공개할 예정이다. ‘설강화’는 JTBC 드라마이고 ‘블랙핑크 더 무비’는 지난 8월 극장 개봉한 작품으로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다.
대신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브랜드의 방대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디즈니+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어가 이상하거나 어색하게 번역된 자막이 제공되면서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디즈니+는 자막 사고와 관련한 내용을 파악하고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토종 OTT는 한국 드라마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최근 종영한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과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영향으로 플랫폼 유료가입 유입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정은지·이선빈·한선화 주연의 ‘술꾼도시여자들’은 30대 여성들의 삶을 유쾌하게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튜브 클립 조회 수가 9600만 회에 달한다.
김성령 주연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한동안 방송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정치풍자극으로 사랑받았다.
쿠팡플레이도 지난달 26일 김수현, 차승원 등 스타 배우를 내세운 ‘어느 날’을 첫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하며 치열한 경쟁에 가세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토종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애플TV+나 디즈니+는 한국 시청자를 확 끌어당길 만한 콘텐츠를 아직은 내놓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어느 OTT든 콘텐츠 질은 상향 평준화된 상태고, 오리지널 경쟁이 빨라지고 있다”며 “지속해서 가입자를 붙잡아둘 수 있는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