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 치료 장비ㆍ인력 태부족
신규 확진 5000명대 고착화 땐
동시다발적 긴급상황 대응 불가
병상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재택치료가 도입됐지만, 과제가 산더미다. 여전히 위중·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전담병상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재택치료자 동거인에 대한 관리·지원방안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재택치료 도입이 확진자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6일까지 ‘특별방역강화대책’에 따라 재택치료가 시행된다. 입원이 필요한 경우나 주거환경이 감염에 취약한 경우, 보호자가 없어 돌봄이 필요한 경우 등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확진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재택치료 대상이 된다.
감염병 환자 재택치료는 2020년 10월 도입돼 현재까지 4만1062명이 재택치료를 받았다. 현재 재택치료 인원은 1만174명이다. 재택치료 중 병원이송 비율은 5.8% 수준으로 관리 중이다. 애초 재택치료는 일반 중증환자 치료 등 의료체계 정상화 차원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와 위중·중증환자 급증으로 병상이 고갈되면서 결과적으론 ‘등 떠밀려’ 주된 의료대응체계가 됐다. 급증한 위중·중증환자와 준중증환자를 입원 치료하려면 감염병 전담병상까지 비워야 한다.
재택치료를 통해 병상을 확보해도 장비·인력 문제가 남는다.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공급) 장비와 인공호흡기가 부족하고, 이를 다룰 인력도 충분치 않다. 재택치료자 관리도 숙제다. 정부는 재택치료자 관리를 위한 단기·외래진료센터를 설치하고, 응급상황에 대비해 이송의료기관을 사전 지정할 계획이지만, 지금처럼 5000명대 신규 확진자 발생이 고착화되면 동시다발적으로 긴급상황 발생 시 대응이 어려워진다. 재택치료가 자리를 잡으려면 기본적으로 확진자와 위중·중증환자 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의료계에서는 재택치료 환자들이 엑스레이를 못 찍거나 방치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고 청진 등 진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약 처방이나 치료상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재택치료 도입은 오히려 동거인을 중심으로 확진자를 늘릴 우려가 크다. 재택치료자로부터 감염된 동거인이 확진 전 주거지를 이탈하면 자칫 지역사회 확산으로 번질 수 있다. 정부는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재택치료자의 동거인을 관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스마트폰을 두고 거주지를 이탈하는 경우 일일이 추적하기 어렵다. 확진자가 아닌 자가격리자의 거주지 이탈은 재택치료 확대와 무관하게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의료대응체계를 이미 재택치료 중심으로 전환한 상태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국민성에 기댄 호소뿐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확진자의 동거가족 격리는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보다 안전한 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