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아파트' 유치에도 유리
서초 잠원 4개 단지 '통합' 추진
동작 사당 '우극신' 수주전 치열
서울시도 리모델링 활성화 의지
"통합 리모델링, 시장 트렌드로"
서울 곳곳에서 통합 리모델링 바람이 거세다. 인근 리모델링 단지끼리 속도를 잘 맞춰 함께 사업을 추진하면 대단지로 재탄생할 수 있어서다. 사업 규모가 커지자 대형 건설사들도 수주에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대 ‘반포한신타워’(250가구), ‘블루힐하우스’(125가구), ‘잠원중앙하이츠’(126가구), ‘킴스빌리지’(160가구) 등 4개 단지가 통합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준공된 지 22~26년 차로 접어든 이곳 단지들은 강남권이라는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1~2개 동, 250가구 이하로 구성된 소규모 단지들이어서 개별적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기엔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통합 리모델링을 통해 가구 수를 크게 늘리면서 사업 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재 4개 단지 각각 리모델링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 동의율을 확보 중이다. 내년 1월 조합설립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잠원동 P공인 관계자는 “이 일대엔 ‘반포래미안 원베일리’, ‘신반포 메이플 자이’ 등 작은 단지들이 합심해 정비사업을 성공한 사례가 많다”며 “사업성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작은 단지들끼리 뭉쳐서 사업을 추진하려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곳곳에서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안전진단 기준 강화나 초과이익환수제 등 엄격해진 재건축 규제에 대한 풍선효과(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 오르는 현상)로 리모델링 사업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커졌다. 여기에 사업 추진 속도가 비슷한 단지들끼리 뭉쳐 가구 수가 늘어나면 사업성이 배로 높아진다는 점 때문에 통합 리모델링 추진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지역을 대표하는 아파트가 될 가능성도 커진다.
또 다른 통합 리모델링 추진 단지인 동작구 사당동 ‘우극신’(우성2·3차·극동·신동아4차)에서는 이달 6일 열린 리모델링 사업 사전설명회에 삼성물산·GS건설·포스코건설·쌍용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했다. 4개 단지가 모이자 규모가 4397가구, 추정 공사비만 약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정비사업으로 성장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통합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이유다.
우극신 리모델링조합설립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현대건설이나 현대엔지니어링과도 사업과 관련해 계속 연락을 하고 있다”며 “현대건설과는 다음 달 내로 단독 사전설명회를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모델링 사업이 점차 몸집을 키워가면서 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지난해 17조3000억 원에서 2025년 37조 원, 2030년엔 44조 원으로 약 10년 동안 무려 154% 이상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평균 아파트 리모델링 성장률도 2010~2015년엔 35.5%였지만 2015~2019년엔 90.7%로 눈에 띄게 급증했다.
특히 지난 3일엔 서울시가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재정비안’을 발표하면서 통합 리모델링 사업도 한동안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기본계획 재정비안에는 용적률 완화 등 리모델링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들이 담겼다. 상업시설 등 가로를 활성화하면 최대 10%포인트(p),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을 정비하거나 녹색건축물을 만드는 경우엔 최대 20%p, 열린 놀이터나 공유주차면 등 지역 친화 시설을 만들면 최대 30%p까지 용적률을 완화해주는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리모델링은 기존 가구의 15% 이내로 가구 수를 늘릴 수 있어서 여러 단지가 통합해 가구수를 늘려 사업성을 키우고 있다”며 “최근엔 서울시에서도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통합 리모델링이 시장 트렌드로 굳혀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