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락 아닌 상승폭 둔화
시장 안정화로 보긴 힘들어
文정부 입주 물량 증가도
이전 정부 공급 확대 영향
격동의 부동산 시장이 폭등세를 지나 하락 안정세로 접어들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은 상당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고, 남은 기간 하락 안정세까지 목표로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됐다고 평가한 이유는 임기 중 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값이 최근 몇 주간 상승 폭을 줄였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하락이 아닌 상승 폭 축소인 만큼 전문가들은 아직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2일 KB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수억 원씩 치솟았다. 서울 대형 아파트(전용면적 135㎡ 초과)의 매매 평균가격은 문 대통령 취임 당시 14억7153만 원에서 정권 말기인 지난달 24억7301만 원으로 올랐다. 서울 중형 아파트(전용면적 85㎡ 초과~102㎡ 이하)는 8억326만 원에서 14억1897만 원, 중소형(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은 5억4464만 원에서 10억9964만 원으로 뛰었다.
끝없이 상승하던 아파트값은 최근 들어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수도권 아파트값은 0.21% 올라 전주(0.23%)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9주 연속 상승 폭이 축소한 것이다. 서울 주간 아파트값 역시 상승률이 전주보다 0.01%포인트(p) 줄어든 0.13%로 나타나 4주 연속 상승 폭이 줄었다. 아파트 매수세 역시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매수심리)는 전주보다 1.3p 낮은 99.6을 기록해 7개월 만에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졌다.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보다 팔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처럼 아파트값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아니지만, 상승세 축소와 매수심리 위축 여파로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로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다만 이는 대출 규제, 금리 인상 우려, 내년 대선이라는 변수 등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그런 만큼 아파트 공급이 당장 막혀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상승 폭 축소를 시장의 안정화로 해석하기엔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안정기라고 보기엔 시기상조다. 상승 폭이 둔화한 것은 공급 확대가 아닌, 대출 규제로 인한 거래 절벽의 영향이 크다"며 "여전히 고점에 머물러 있는 단지가 많은 만큼 집값은 안정세가 아닌 혼조세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지금은 안정세가 아니라 대출 규제, 금리 인상 우려,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도 등 여파로 비수기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며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 다시 수요는 늘어날 것이고 집값은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임기 중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으면서도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입주량과 인허가 물량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임기 마지막까지 부동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10여 년간 입주량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7~2019년 각각 40만·46만·42만 가구로 가장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입주는 통상 분양 후 2년 뒤 발생하는 만큼 이는 이전 정부에서 늘린 공급의 영향으로 증가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입주량은 2018년 정점을 찍은 뒤 내림세를 이어가 올해는 28만 가구에 그쳤다. 2022년과 2023년은 각각 31만·30만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