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중기(中企)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지만 물가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금리 인상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글로벌 운임 상승 등으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악재는 중기업계의 자금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5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0.75%인 기준금리의 인상 여부를 논의한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 8월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사상 최저 수준(0.5%)이었던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석 달 만에 기준금리가 다시 높아지면서 0%대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중소기업들은 예의주시 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은행 대출금리는 덩달아 오른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은행금리는 더 오른다. 앞서 지난 8월 기준금리가 오른 뒤 상호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기업대출금리는 6.44%(7월)에서 6.82%(8월)로 0.38%포인트(P) 뛰었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 9월 기준 3.05%로 올라섰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중소기업의 금융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은행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해온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지난 9월 예금은행 대출잔액은 총 873조 원에 달한다. 금리가 인상되기 전인 7월 858조1000억 원이었던 대출잔액이 8월 865조6000억 원으로 증가한 뒤 9월 또 다시 비슷한 증가폭을 보였다. 중소기업의 금융권 대출 연체율은 0.31%(6월)→0.37%(8월)로 커졌고, 중소제조업 자금사정(BSI)은 78.0(7월)→74.0(9월)로 미끄러졌다.
전문가들은 중기업계가 글로벌 공급난와 운임비 상승, 유가 급등 등의 악재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또다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을 더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하며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대출 금리가 3%대인 상황에서 기준금리마저 오르면 한계기업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금리 인상의 영향과 향후 중소기업 지원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나선 연구용역에선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이 8.45%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지난해 표본 기준 영업이익의 약 63%를 이자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데, 기준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의 72%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중소기업연구소장은 "현 시점에서의 기준금리 인상은 중소기업의 이자비용 부담을 키울 것”이라며 "정책자금의 효율적 지원으로 우량한 중소기업이 유동성 위기로 부도발생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중기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 부담이 현실화하는 만큼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절실해진다"며 "대출잔액을 장기 분할 납부하는 등의 방안으로 중소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맞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