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찾은 경상남도 밀양에 위치한 8000평 짜리 대규모 공장. 삼흥열처리 공장의 주보원 회장은 중소기업들이 처한 인력난과 정부의 불균형적인 정책에 대해 토로하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업계 최대 규모 열처리 공장인 삼흥열처리의 공장의 근로자 평균 연령은 58세, 월 전기요금은 6억5000만 원 수준이었다. 2011년 정부가 제조업 전반에 걸친 공정기술 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뿌리산업법은 제정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뿌리산업 현장은 인력난과 현실성 떨어지는 정책에 허덕이고 있었다. 주 52시간제 확대와 전기료 인상도 뿌리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이날 찾은 삼흥열처리 공장에선 1차 가공된 금속 제품을 900도를 훌쩍 넘는 온도로 가열했다 식히는 열처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고온으로 열처리한 금속 제품이 기름 속에 담가지는 ‘담금질’을 거치고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열기를 식혀 단조품 구조를 균일하게 만들고 합금을 강화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삼흥열처리 공장은 열처리·후처리·자탐(자동 화재 탐지설비)·포장으로 이어지는 생산시스템과 스마트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주 회장은 “설비 온도와 사용 전력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GPS로 차량 이동까지 관리하고 있다”며 “어떤 설비가 무슨 작업을 하는지 모니터를 통해 다 알 수 있다”며 공장 내 스마트화 시설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회사는 공장 내 15개 열처리 설비를 통해 일일 550톤(t)의 단조품을 가공하고 있다. 단조품의 열처리 종류인 템퍼링과 노말라이징 등 열처리 가공을 전문으로 한다.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등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 등과 거래 계약을 맺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7년부터 5년 연속 중소벤처기업부 강소기업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최근 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적지 않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전기료와 인력난이다. 현재 이 곳의 현장 근로자 평균 나이는 58세로 젊은 일꾼을 찾아야 하지만 눈 씻고 찾아봐도 구하기가 어렵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현장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졌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50~60대 숙련공에게 업무의 대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요금도 경영난을 가중시킨다. 현재 삼흥열처리의 전기요금은 생산비용 중 35%를 차지한다. 한국전력이 8년 만에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인상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기요금을 줄여주는 ESS(에너지저장장치)는 비용 문제로 설치가 쉽지 않다.
중기업계는 주 52시간제와 전기료 인상이 뿌리산업들의 생태계 뿌리를 흔들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앞서 10월 6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주 52시간제 개선을 차기 대선에서 가장 필요한 공약으로 꼽혔다. 앞서 지난 8월 제조 중소기업 312곳을 상대로 한 설문에선 88.8%가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주 회장은 "주 52시간 시행으로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는데 외국인만 구직에 나서는 건 더 심각한 문제”며 "뿌리산업만이라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별도로 만들어 기업 경영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