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ㆍ완성차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란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제품이다. 내부에 인화성 액체가 없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폭발 위험이 낮으면서도 주행거리가 길다.
21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내부 연구ㆍ개발(R&D) 조직인 환경과학기술원 산하에 있는 차세대배터리연구센터를 EER센터로 개편했다.
EER은 'Emerging Energy Research(신흥 에너지 조사)'의 약자다. EER센터는 차세대배터리연구센터가 진행했던 전고체 배터리의 연구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차세대배터리연구센터는 올해 초 설립됐다. 조직 구성을 마친 뒤 하반기 들어 본격적인 연구 활동을 진행 중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보통 전고체 배터리를 'emerging energy'라고도 부른다"며 "전고체 배터리 조사와 연구를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해외 업체와 관련 협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 선도 기업 솔리드파워(Solid Power)에 3000만 달러(약 353억2500만 원)를 투자하고 공동으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ㆍ생산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달 김준 총괄사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현지의 12개 대학과 연구소 핵심 인재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훌륭한 인재들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2023년까지 연구ㆍ개발 인력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내부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국내외 배터리ㆍ완성차 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를 미래 핵심 배터리로 삼고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ㆍ기아는 지난달 미국의 배터리 스타트업 '팩토리얼 에너지(Factorial Energy)'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관련 공동개발협약(JDA)을 맺고 전략적 투자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교(UCSD)와 공동으로 상온(통상 25도)에서도 빠른 속도로 충전할 수 있는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확보했다. 실리콘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 중 상온에서 충ㆍ방전 수명이 500회 이상인 건 처음이다.
그보다 앞서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해 달리는 전기차를 공개했다. 2030년까지 자동차 배터리 개발에 1조5000억 엔(약 15조 8000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도 공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전고체 배터리 단계는 연구 단계"라며 "본격 양산 여부는 우선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뒤에야 가능해 2020년대 후반은 돼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