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기업 노바백스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드디어 국내 허가 절차에 돌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2월 노바백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16일 식품의약품의약처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날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NVX-CoV2373'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백신의 국내 생산과 상업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노바백스 백신은 국내 도입되는 5종의 백신 중 유일한 합성항원 백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체내에 주입해 항체를 생성한다. 새로운 기술인 mRNA 방식과 달리 이미 B형간염 백신이나 자궁경부암 백신 등에 사용돼 오랜 기간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받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나 화이자, 모더나 백신과 마찬가지로 2회 접종이 필요하다. 21~28일 간격으로 근육에 0.5㎖ 용량을 투여한다. 특히, 면역반응을 강화하고 중화항체를 유도하는 사포닌 성분의 면역증강제 매트릭스-엠(Matrix-M)을 보조제로 사용했다. 노바백스에 따르면 백신 1회분에는 항원물질 5μg과 면역증강제 50μg이 포함돼 있다.
보관은 2~8도의 냉장 조건에서 가능해 기존 백신 물류망을 통해 유통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과 유사한 보관·유통 조건이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예방 효과가 70%, 얀센 백신의 예방 효과가 66%로 비교적 낮은 반면, 노바백스 백신은 임상 3상에서 90% 안팎의 높은 효과를 확인했다는 장점이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예방 효과는 각각 95%, 94%이다.
노바백스는 미국과 멕시코에서 18세 이상 성인 3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시험에서 전체 90.4%의 예방률과 중등증 및 중증 감염을 100% 예방하는 효과를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서 18~84세 성인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도 전체 89.7%의 예방률을 확인했다. 변이가 발생하지 않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률은 96.4%에 달했다.
노바백스 백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허가된 곳은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일 이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노바백스는 세계보건기구(WHO)에 긴급사용목록을 제출했으며, 유럽연합(EU)과 영국, 인도,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필리핀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완료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아직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제출된 품질‧비임상‧임상·GMP 자료 등을 검토하고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자문단,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최종점검위원회의 3중 자문을 거쳐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식약처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최대 40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하도록 기간을 단축했기 때문에 올 연말~내년 초에는 결과가 나온다.
지난해 8월 노바백스와 백신의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맺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2월 원액·완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단백질 기반 나노입자 재조합 및 생산 공정 기술 이전을 완료하고 대량 생산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식약처 허가를 받는 즉시 완제품을 생산,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바백스 백신이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 우리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한 코로나19 백신 5종이 모두 국내 도입된다. 질병관리청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총 4000만 회분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정부는 이 백신으로 신규 접종은 물론 추가접종 사용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