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유럽한국기업연합회(KBA Europe)와 함께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에 대한 우리 수출 기업의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1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EU 집행위에 제출했다.
CBAM 입법안은 EU로 제품을 수출할 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따라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로, 유럽의 기후변화 대응책이다. 입법안에 따르면 철강, 전력, 비료, 알루미늄, 시멘트를 생산하는 기업은 2026년 이후 EU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U-ETS)와 연동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계도기간인 2023~2025년에는 탄소배출량을 보고하면 된다.
무역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CBAM 입법안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불합치할 가능성이 크며, 우리 수출기업에 과도한 경제적ㆍ행정적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EU가 차별적이고 무역 왜곡적인 CBAM을 도입하려는데 우려가 크며, 일방적인 조치를 지양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공조의 방법을 함께 모색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EU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와 연계된 CBAM은 WTO 규범의 최혜국 대우와 내국민 대우 원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고 환경을 위한 일반예외 적용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U 역내 기업은 탄소 저감 능력에 따른 배출권 판매와 제도의 예외가 적용되고 보조금 지급이 가능하지만, 제3국 수출기업은 이러한 혜택을 누리지 못해 상대적인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어 기업들이 겪게 될 과도한 경제적, 행정적 부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CBAM 도입에 따라 제3국 수출자들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 등 정보를 정기적으로 EU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것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은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에 따라 이미 국내에서 지급 완료한 환경비용을 보고하고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기업들에 이중부담이 될 우려도 있다.
박천일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특히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ㆍ알루미늄 업계에서 CBAM 도입에 대한 우려가 크다”라면서 “무역협회는 향후 EU의 입법과정을 자세히 모니터링해 세부 시행규칙 등이 발표될 때마다 내용을 파악해 우리 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대변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EU 집행위는 7월 14일 CBAM 입법안을 공개한 후 11월 18일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수렴된 의견들은 추후 입법과정에서 유럽의회와 이사회에 보고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