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체제' 조기공급 예고
"선호도 높지 않아 실효성 의문"
3~4년 뒤 '공급과잉' 가능성도
정부가 장기화한 전세난을 잡기 위해 올 연말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이 대책이 전세난 해소와 집값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현재의 전세난을 불러온 아파트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아파트 공급 물량 확대 대신 이른 시일 내 공급이 가능한 빌라(다세대주택 등)와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공급을 추진하는 내용의 전세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공급 대책이 전세난을 잡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도시형생활주택ㆍ오피스텔 등 비주택 규제를 풀면 조기에 공급할 수 있다. 작지만 효과가 단기간에 나올 수 있는 대책에 속도를 내볼까 한다”라며 단기에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 물량 확대 의지를 밝혔다.
아파트가 아닌 아파트를 대체할 빌라ㆍ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 대책은 여러 차례 있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다세대ㆍ다가구주택 등을 매입해 내년까지 서울에 3만 2000가구를 포함해 총 8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더욱 빠른 공급을 위해 민간 사업자가 건축한 주택을 공공이 매입하기로 사전 약정을 체결하고, 준공 시 매입해 공급하는 방식의 신축 매입 약정 방식으로 비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기존 대책의 공급 시차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도심 내 1~2년 안에 신혼ㆍ다자녀ㆍ고령 등이 입주해 생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은 당장 입주 가능한 물량이 아닌 데다 공급 규모도 작아 부동산 시장에 확실한 공급 시그널을 주지 못했다. 실제로 관련 대책이 나온 후에도 전국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상승률은 비아파트 공급 대책이 나온 5월 초 0.12에서 6월 중순 0.2로 오른 뒤 지난달 말까지 0.2 수준을 계속 유지했다.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격지수 상승률 역시 5월 초 0.13으로 시작해 7월 중순 0.2로 올라 0.18~0.2 사이를 유지하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만큼 올 연말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에 방점을 둔 전세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전세난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이전에도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전세난 해결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전세난 해결 여부는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20~30평대 신축 아파트를 얼마나 많이 공급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비아파트 공급은 한 동짜리 건물이 덩그러니 놓이는 것이기 때문에 주택 공급 총량 자체는 빠르게 증가할 수 있겠지만 도시 경관이 좋아진다든가, 주거 여건이 나아지는 등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라며 “사람들이 살고 싶은 집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급하는 게 전세난 해소와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