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와 소비자 단체가 중고차 시장을 완성차 업체에 개방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고차 시장 개방이 소비자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8일 ‘중고차 시장,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제19회 자동차 산업발전 포럼을 개최했다. 정만기 KAIA 회장은 개회사에서 “2019년 11월 6일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업종은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중소기업벤처부에 제출한 지 2년이 지나 이제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포럼에서 다루게 됐다”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중고차 시장 개방은 소비자 보호라는 원래 목적 외에도 부수적인 긍정 효과를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KAIA 발표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 개방 시 소비자에겐 차량 안전성과 강화된 거래 신뢰도를 제공할 수 있고, 매매상에게는 거래 규모 증가로 신사업 기회가 돌아간다.
부품업계는 중고차 시장 확대로 정품 수요가 증가할 수 있고, 완성차 업계는 신차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정 회장은 “소비자와 매매상의 윈윈(win-win)을 넘어 시장참여자 모두가 승리하는 '4 win game'이 된다”라고 밝혔다.
소비자 단체도 현재 중고차 시장의 단점을 지적하며 시장 개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2019년부터 올해 10월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차 관련 상담 건수는 1만8002건이며, 특히 1000만 원 이상의 고가 상품 중에서는 (불만족 순위가) 1위”라고 말했다. 이어 “매매업자들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매매업자를 불신해 개인 간 거래를 시도하다 문제에 직면하는 등 중고차 거래에서 소비자가 감수해야 하는 유무형의 피해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총 55만4564건, 약 2900억 원의 중고차 거래 사기가 발생했다. 이는 매일 217건, 약 1억1000만 원의 사기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곽 사무총장은 “소비자 편익을 위해 수준 높은 품질관리와 AS 시스템을 구축한 대기업의 시장진입이 필요하다”라면서 “사고 여부, 현재 성능 등 차량의 상태는 그 차량을 직접 만드는 완성차 업체에서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고, 해당 업체와 연계된 수리점을 통해 보증, 수리도 쉽다”라고 주장했다.
정부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곽 총장은 “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경쟁력과 품질 저하를 일으켜 결국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라면서 “일시적으로는 중소기업 등의 경영안정에 도움이 되어도,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저하해 결국은 경쟁력 있는 외국 기업이 우리 산업을 고사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중기부의 조속한 심사 마무리로 소비자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을지로위원회 중고차산업발전위원회에서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의 중재 역할을 한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도 시장 개방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 교수는 “선진 시장에서 일방적으로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분야 진출을 강제로 막는 사례는 없다. 기득권 유지보다는 미래 지향적으로 소비자 중심의 결정이 가장 요구되는 상황으로 조속한 결정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부품업계는 중고차 시장 개방으로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계동삼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단장은 “한국 자동차 부품 산업은 품질ㆍ기술, 납기 대응력, 원가 등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중고차 시장 개방 시 선제적 대응을 통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기회와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하며 “중고차 시장 개방은 부품업계에 새로운 지원 정책”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