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이재영 해수부 해양생태과장 "갯벌,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겠다"

입력 2021-11-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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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 석박사 취득 후 5급 경력으로 시작 '늦깎이 공무원'

수족관 돌고래 방류…주변해역 남방큰돌고래 보호도 관심

▲이재영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 (사진제공=해양수산부)
▲이재영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 (사진제공=해양수산부)
“갯벌도 탄소를 축적한다는 것을 연구개발(R&D)을 통해 밝혀서 탄소 흡수원으로 신규 인정을 받겠다.”

이재영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은 지난달 27일 이투데이와 만나 “현재 블루카본은 해초류와 염생류, 맹그로브 숲만 인정을 받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해양생태는 과거에는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던 분야다. 환경보전보다는 개발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중립, 동물 보호, 생태환경 등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덩달아 이재영 과장의 업무도 늘고 있다.

이 과장의 최근 관심사는 우선 앞에서 얘기한 갯벌이다. 이 과장은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구체적으로 계량화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갯벌을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카본은 2009년 유엔 보고서 ‘블루카본-건강한 해양의 탄소 포집 역할’에서 처음 언급됐다. 탄소 흡수속도가 육상 생태계보다 최대 50배 이상 빠르고 수천 년 동안 탄소를 저장할 수 있어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현재 매우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9년 발표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에서 블루카본을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공식 인정했다.

수족관에 있는 돌고래를 방류하는 것도 이 과장의 주된 관심사다. 해수부는 올해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2021~2025년)을 통해 기존에 보유한 개체 외에 새로 고래를 들여올 수 없으며 새로 개장하는 수족관의 경우 고래류 사육과 전시가 전면 금지했다. 주변 해역에서 사는 남방큰돌고래 등을 보호하는 것도 주요 업무다. 이 과장은 “울산 인근 바다에 바다 쉼터를 만들어서 수족관처럼 가까이에서 보거나 만질 수는 없겠지만

돌고래가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돌고래 바다 쉼터에 대해 울산광역시도 적극적이어서 조만간 이 과장의 노력이 빛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외에 해양보호구역 확대, 서산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조성 등의 업무도 중요성 측면에서는 만만치 않다. 이 과장은 “해양보호구역 30% 지정,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을 통한 생태 관광화 등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지금은 공무원보다 더 공무원 같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재영 과장은 사실 30대 후반에 뒤늦게 공직에 입문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해양학’ 분야에선 나름 전문가 중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관련 논문도 많이 썼다. 그러던 그가 뒤늦게 공직에 들어온 것은 가족을 위해서라고 한다. 해양학에서 전문성을 쌓았고 대학에서 강의도 했지만 살림이 넉넉하지는 않았다. 마침 해수부의 5급 경력 채용 공고를 보고 미련 없이 지원했다.

그는 면접에서 지원 이유에 대해 “과학을 전공했는데 과학과 정치의 갭이 크다. 브리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이 되면 9시 출근, 6시 퇴근을 못 한다는 면접관의 말에 “박사학위 마치고 6시 퇴근은커녕 주말도 없었다고 했다”며 “이 말이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고 웃었다. 영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하느라 익힌 영어 실력도 합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과장은 벌써 퇴직 후 무엇을 할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이 과장은 석사 후 돈이 없어서 한국에서 국비 유학을 준비하며 고등학교 영어학원 강사를 했는데 나름 잘 가르쳐서 후에 학원장이 계속 남기를 권유한 적도 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래서 퇴직 후 과외를 못 받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박사 학위를 받을 때 국비 장학생으로 뽑혀 혜택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최근 해양학자가 나오지 않고 있어 해양생태조사원이 부족하고 취업도 안 되는 현실에 대한 해양학계의 우려도 전했다. 그러면서 BK21처럼 1년에 십몇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마치 자신의 젊은 날의 아쉬움을 담은 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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