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빅테크에 특혜를 부여해 지방은행을 고립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희원 BNK부산은행 노조위원장은 20일 부산시청 앞에서 열린 ‘정부-여당의 전금법 개악 내용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역 금융을 고사시키고, 지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며, 지역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재율 지방분권 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대표, 서영기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의장, 이성욱 광주은행 노조위원장, 도한영 부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권 위원장은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빗장을 풀어 지역 금융의 생존을 위협하고 대다수 지역민의 생활 경제를 어렵게 하는 블랙홀이 될 것이 뻔하다”며 “(이걸)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전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신설하고 이들에게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즉 비금융사인 네이버가 시중은행처럼 고객에게 계좌를 내줄 수 있는 것이다.
도 사무처장은 “빅테크 업체들에 규제 샌드박스라는 미명하에 최소한의 국가 경제 안전망인 금융 산업 진입 장벽을 없앤 것”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역민들의 자금은 대형 플랫폼으로 이탈돼 그 피해는 지역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도 사무처장은 “(현재도) 지역 간의 금융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지난해 국내 예금은행 기준 수도권 예금은 전국의 70.8%, 대출은 65.9%를 차지해 과도하게 집중됐다”고 했다. 그는 “개정안은 이런 불균형을 심화해 지역 금융 붕괴, 지역 경제 침체를 초래하고 지역 위기를 가중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들은 올해 7월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배 의원의 개정안은 고객의 자금을 받는 전자금융업자를 이용자예탁금수취업자로 규정해 금융사로서 예탁금 수취에 부합하는 규제 등을 규정한 것이 주 내용이다.
권 위원장은 “국회는 배 의원 안을 중심으로 소비자 보호 조항과 같은 정부, 여당 안의 합리적인 내용만 연계해 심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