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시그넷(SIGNET)·에이팩스(APEX) 등 상표권 출원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 신설…과거 단절·젊고 프리미엄 이미지 부각
기업 로고 디자인 경험 풍부 배상민 카이스트 교수, 센터장 영입
점포 다이어트를 통해 효율화에 집중해온 롯데쇼핑이 이번엔 점포명 교체 작업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한다. 롯데마트 잠실점은 ‘제타플렉스’로 교체하고, 빅마켓도 ‘롯데마트맥스’로 변경을 검토 중이다. 백화점은 ‘시그넷’과 ‘에이펙스’ 상표를 출원했다.
올드한 이미지의 과거와 단절을 모색하며 젊고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려는 시도다. 특히 최근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를 신설해 낡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디자인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마트 잠실점은 연내 리모델링을 마친 후 점포명을 ‘롯데마트 제타플렉스’로 바꾸기로 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과거에서 탈피해 새로운 느낌을 주고자 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 점포에는 기존 롯데마트와 달리 리빙이나 화장품 매장 등을 전면 배치하기로 했다. 특히 주류 카테고리 킬러 매장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보틀벙커’와 ‘막걸리벙커’, ‘소주벙커’, ‘비어벙커’, ‘칵테일벙커’, ‘브랜디벙커’ 등의 상표를 신청했다.
철수설이 나돌던 빅마켓도 다시 확장으로 방향을 틀면서 상호 교체를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롯데마트는 최근 특허청에 ‘롯데마트맥스’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 관계자는 “빅마켓을 그대로 갈지 새로운 네이밍을 정할지 검토 중”이라면서 “롯데마트맥스는 새로운 네이밍 후보군”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은 한때 최대 5곳을 운영했지만,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에 비해 성장세가 뒤처지자 2개로 축소했다. 하지만 최근 부활을 선언하며 경쟁사들이 출점하지 않은 호남권을 중심으로 내년 초부터 롯데마트 목포점과 전주송천점, 광주상무점을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바꾸기로 했다. 2023년까지 창고형 할인점을 20개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롯데백화점도 새로운 상표를 출원했다. ‘롯데시그넷백화점(LOTTE SIGNET LOTTE DEPARTMENT STORE)’과 ‘롯데에이펙스백화점(LOTTE APEX LOTTE DEPARTMENT STORE)’ 등이다. 시그넷은 서울 잠실과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롯데시그니엘 호텔’과 유사한 명칭으로, 시그니엘은 국내 유일하게 7성급으로 거론되는 최고급호텔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브랜드 선점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매장은 주로 지역명을 붙여왔지만 최근 쇼핑 패러다임이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되며, 젊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운 점포명이 선호되는 추세다. 신세계는 36년간 사용하던 영등포점을 ‘타임스퀘어점’으로 바꿨고, 최근 오픈한 대전신세계는 ‘아트앤사이언스’로 붙였다. 현대백화점도 여의도 점포를 ‘더현대서울’로, 남양주 아웃렛은 ‘스페이스원’으로 정했다.
경쟁사에 비해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평가받는 롯데쇼핑도 지난달 문 연 의왕 아웃렛을 ‘타임빌라스’로,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롯데월드 어드벤처’ 인근 리빙전문관은 ‘메종동부산’으로 지었다.
롯데지주는 최근 디자인경영센터를 신설하며 네이밍과 로고 등의 변화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센터장으로 임명된 배상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세계 3대 패션스쿨인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 최연수 교수를 역임한 인물로, 코카콜라, P&G 등 글로벌 기업 제품과 로고(CI) 등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롯데가 외부 인사를 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처음인 데다 배 센터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이기도 하다. 센터장의 사무실은 신 회장 집무실과 같은 잠실 롯데월드 18층에 위치해신 회장의 디자인 롯데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인력 조정 역시 이미지 쇄신을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희망퇴직자 신청을 받는 동시에 내달에는 세자릿수 신입사원 채용에 나서 젊은 조직으로 거듭난다. 희망 퇴직은 500여 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는 MZ세대 직원을 중심으로 체인지 에이전트(CA)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부장과 차장 직급을 일원화해 조직 활력을 높이기로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가 온라인과의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변화에 대한 안팎의 요구가 거센 상황"이라면서 “올드하고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